과거 북핵 협상을 진행했던 전문가들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과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조언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일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북한의 이해 - 대북협상과 교류경험 공유'를 주제로 화상연결을 통해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먼저 1990년대에 북·미 협상을 이끌며 북·미 관계 개선을 도모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협상 대표에게 주는 조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기를 원한다면 기본적으로 이는 '미션 임파서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경제발전을 원하지만 이를 핵무기의 대가로 교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협상해야 하고 북한의 정상 국가화를 위해 협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정상 국가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경제 개발에 남한이 중요한 역할을 할 당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하며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남·북·미·중·러·일)에 참여했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는 "북핵 문제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선 핵 폐기·후 경제 보상 방식인) 리비아 방식으로는 안 되겠지만 CVID는 실천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에게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당사국으로 보고 (미국에) 안보 보증을 원한다"며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로 1994년 북·미 기본합의서를 도출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자신의 경험담에 비춰 "북한은 처음에는 완고한 입장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 걸음 물러나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기)를 하는 것이 놀라웠다"고 밝혔다.
또 "북한과 1년 이상 협상을 진행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람들이 언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자신들은 '언더독'(불리한 경쟁자)인 반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받아들이고 유엔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모든 것 뒤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의 패권국(미국)과 얘기할 수 있는데 왜 남측과 이야기하느냐고 생각해 남북대화에 저항하
마지막으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협상 전략이나 기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정책 결정과 합의하려는 정치적 의지·결단만 있으면 협상은 급진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하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