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집 냄새를 못 맡아서 집에 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밖에 나가면 상쾌한 공기나 풀, 비 냄새가 안 나요."
코로나19에 걸린 후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사람들을 위한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코로나19의 대표적 증상인 후각소실은 병의 치료와 함께 대개 수주 안에 완화됩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소실된 후각이 계속 돌아오지 않아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어제(2일) 보도했습니다.
하버드대 의대의 산딥 로버트 다타 신경생물학 부교수는 이에 대해 "공중보건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고려하면, 후각 소실이 오래가는 환자 비율이 고작 10%더라도 수백만 명에 해당한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까지 이들의 후각이 회복되지 않는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세가 지속해 영구적 후각소실 사례가 앞으로 더 쌓일 것이란 우려에 전문가들은 급히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영구적인 후각 소실은 일상 자체를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후각은 음식의 다양한 맛을 인지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장 식욕이 감퇴해 영양 부족이나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에 시달릴 가능성이 큽니다.
혀에 있는 미각 세포로는 신맛, 짠맛, 단맛, 쓴맛 등 기초적인 맛만 느낄 수 있어 '먹는 즐거움'을 누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좋아하던 맛을 못 보니 음식 섭취 자체를 줄이게 되고, 이는 결국 건강 악화로 이어집니다.
후각 소실은 감정과 삶의 질에도 큰 여파를 미칩니다.
다타 부교수에 따르면 냄새는 기억,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사람의 정서적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영국 연구자들이 지난해 3월 24일∼9월 30일 코로나19에 따른 후각소실을 겪는 환자들의 경험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는 사회활동에서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토로했습니다.
후각 소실이 사회적 고립, 무쾌감증(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anhedonia)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후각이 사라지면 음식이 타는 냄새, 상한 음식 냄새 등을 맡지 못해 일상에서 예기치 않은 위험에 처할
지난해 3월 코로나19에 걸린 후 현재까지 후각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뉴욕시 퀸즈 주민인 미셸 밀러는 최근 그는 집 부엌에서 가스가 샜지만 냄새를 맡지 못해 가족이 급히 밖으로 피신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냄새 못 맡고 맛 못 보는 것과 별개로, 이건 생존 문제"라고 토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