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갈랄라에 사는 캐시 우드씨(72세)는 인터넷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사람의 DNA를 바꾼다고 주장하는 글을 읽고 불안해졌다.검증이 안된 백신에 대해 규제 당국이 승인을 "너무 강하고 빠르게 밀어붙였다"며 자신은 백신 접종 계획이 없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소재 한 요양원의 요리사 윌리엄 아치씨(41세)도 마찬가지다. 그는 백신의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될 때까지 접종을 미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고용주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이같은 '백신 불신론'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8일 영국을 필두로 전세계 40여개국이 연내 접종을 시작하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는 코로나19 백신이 안면마비나 불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심지어 인간의 DNA까지 변형시킨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미국에서)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나 안면마비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백신 관련 대표적인 괴담 몇가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봤다.
Q.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안면마비 증상이 온다?
A.먼저 코로나19 백신 임상 참가자의 안면마비 현상은 백신과 관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자 임상시험에서 실제 백신을 맞은 2만1000여명 중 4명에게서 안면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났지만 접종과 무관한 것으로 판단됐다. 백신을 맞은 뒤 증상이 나타난 시점이 4명 모두 달랐다. 각각 백신 접종 3일, 9일, 37일, 48일 후에 나타났다. FDA는 안면마비 발생 빈도가 인구당 평균 발병빈도와 크게 차이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안면마비는 인구 10만 명당 23명 수준으로 발생한다. 화이자 백신 임상 참여자(3만8000명)를 10만명으로 환산할 시 안면마비 발생빈도는 11명에 불과하다. 모더나도 임상시험에 참가한 3만 명 중 안면마비 증상이 백신 접종군에서 3명, 위약군에서 1명 나와 일반 발생 빈도와 비슷하다. FDA는 안면마비 증상이 "일반 인구의 발생 빈도와 일치한다"며 "백신과 안면마비의 관계를 입증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Q. 코로나19 백신이 불임을 유발한다?
A.SNS에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 블로그에서 시작된 이 주장은 화이자 백신이 태반의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공격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글은 백신이 면역체계를 속여 단백질 유전자를 혼동시키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과 비슷한 태반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퇴한 영국의 의사이자 전직 화이자 직원인 마이클 예돈 박사가 이 주장을 바탕으로 유럽의약청에 탄원서를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듀크대 면역학자이자 산모와 신생아 면역 전문가인 스테파니 랭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문제의 태반 단백질이 거의 공통점이 없다며 태반 조직에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두 단백질은 단지 극소량의 물질만을 공유한다"며 "그들을 섞는 것은 코뿔소를 재규어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화이자 대변인도 뉴욕타임즈(NYT)에 화이자의 백신에는 태반 단백질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 물질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예돈 박사는 앞서 수차례 "코로나19가 끝났다", "백신이 필요 없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Q. 코로나19 백신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데?
A.백신 관련 괴담 중에는 "코로나19 백신이 DNA에 변화를 준다"는 내용도 있다.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이전에 사용된 적 없는 메신저RNA(mRNA) 백신이라는 점이 관련 소문을 부추겼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방식의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세포를 감염시킬 때 사용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mRNA를 이용해 세포로 주입한다. 그러면 체내 면역계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하게 된다.
그러나 mRNA 백신이 인간의 DNA에 변화를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제프리 아몬드 옥스포드대 교수는 "사람에게 RNA를 주입하는 것은 인간 세포의 DNA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DNA가 들어 있는 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며 바이러스의 DNA·RNA의 일부를 세포 밖 세포질에 주입해 신체의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Q.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간호사가 정말 사망했나요?
A.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내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화이자-바이오앤테크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이 시작됐다. 동시에 미국 전역에서 백신을 맞은 현장 의료진들이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그 중 SNS상에 급속하게 퍼졌던 가짜뉴스가 앨라배마주 간호사 사망설이다. 주내 병원에서 최초로 백신을 맞은 간호사들 중 한 명이 접종 8~10시간 뒤 숨졌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해당 의료인의 이름은 비공개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궁금증을 키웠다.
이후 앨라배마주 보건당국(AHD)은 주내 모든 의료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사망한 접종 대상자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페이스북에 확산 중인 가짜뉴스는 거짓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테네시주 한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받고 TV생중계 인터뷰를 하던 도중 실신한 간호사 티파니 도버의 경우도 백신 안전성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고보현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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