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계정 차단 조처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문제 소지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독일 주재 미군 축소 협박, 독일 자동차 기업 관세폭탄 위협 등 동맹관계를 흔들어놓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메르켈 총리가 이번 만큼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동정의 감정보다 미국 소셜미디어 공룡기업들이 견제받지 않는 정치권력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위협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DW 등 독일매체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자신의 SNS에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계정 접근권 박탈 조치를 "문제의 소지가 있다(problematic)"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조치가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법률에 근거한 것인지, 그리고 이 조치가 향후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미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을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규제도 분명한 법률 조항을 근거로 결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민간 기업들이 이를 자의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메르켈 총리는 "명백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서 인기가 없는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차단 조치는 (조 바이든 당선인 등) 선거에서 이긴 다른 누군가에게 (향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사회적 위협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계정 접근권을 박탈한 문제는 미국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야기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헌법학자인 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교수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트럼프 계정 및 콘텐츠 차단 문제는 민간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통제받지 않는 새로운 권력의 리바이어던(성서에 나오는 무소불위의 괴물)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빅테크기업으로부터 헌법을 구하라'는 제목의 해당 칼럼에서 루벤펠드 교수는 "다음주 트럼프는 트위터 계정이 없는 민간 시민이 된다. 새로운 계급의 기업 군주들은 미국민이 대통령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방식을 통제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입법·사법·행정의) 세 갈래 가지로 구성된 연방정부에 '실리콘밸리 지사'라는 새 가지가 추가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루벤펠드 교수는 "(빅테크들이)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이번 의사당 습격으로 야기된 (시민사회의
그는 이번 빅테크 기업들의 트럼프 대통령 계정 차단 조치에 대해 시민들이 헌법을 중심으로 유지돼 온 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소송으로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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