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한 명예 학위를 취소하고 대선 결과에 불복한 의원을 상대로 대학 자문위원 자격을 강제 박탈하는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은 부설 정치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의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34·뉴욕주)을 상대로 이날 자격을 강제 박탈했다고 밝혔다.
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버드대 정치연구소는 미국을 이끌어갈 젊은 정치인들을 배출하는 산실로 꼽힌다.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 역시 하버드대 출신으로 정치연구소에서 학생회장으로 활약했다.
이어 대통령과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2016년 대선에서 서른 살의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돼 미국 역사 상 최연소 여성의원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하원 당선 후 정치연구소 자문위원이 됐지만 케네디스쿨은 최근 의사당 폭력 사태와 그녀의 정치행보가 무관치 않다고 판단해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
더글러스 엘멘도프 케네디스쿨 학장은 이날 자문위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녀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아무 증거가 없는 가운데 투표 사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불복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에 대해 잘못된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없이 주장하는 선거 사기론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관련 소송에 이름을 올리고 지지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선거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 재앙적 결과물이 바로 지난 6일 초유의 의사당 폭력 사태라는 게 케네디스쿨의 판단이다.
엘멘도프 학장은 "스테파닉을 이사회에서 사퇴시키는 결정은 의사당 사태 이후 나온 것"이라며 "우리는 스테파닉 의원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으나 그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정치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문위원 명단에서 그녀의 이름은 이미 삭제된 상태다.
그녀를 제외한 자문위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정치 참모였던 데이빗 엑설로드 전 시카고대 정치연구소장, 미국 의학전문 저널 스탯(STAT)의 리처드 버크 수석편집장, 미국 최초 흑인 우주비행사이자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을 역임한 찰스 볼든 등 총 12명이다.
강제 박탈 조치에 대해 스테파닉 의원은 트위터에 "하버드대의 결정은 생각의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것이자 상아탑이 편협한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단일 문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리하이대가 이사회를 열고 1988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됐던 명예학위를 철회했다. 이 대학 역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대가 의사당 폭력 사태를 야기한 데 충격을 받고 학위 철회를 결정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의사당 공격 사태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상대로 대학들의 유사 조치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상아탑의 위기감에 이번 의사당 사태가 행동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이다.
대학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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