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의 주가가 2주 동안 600% 넘게 폭등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회사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한 건 미국 개인투자자 대(對) 공매도 세력 간 '쩐의 전쟁'이 벌어진 영향이다. 공매도 세력에 시달려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논란에 뛰어들었다.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게임스톱 주가는 전장 대비 92.71% 오른 주당 147.98달러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3일 19.95달러였다. 9거래일 동안 종가 기준 641.75% 오른 것이다. 특별한 호재는 없었다. 지난 13일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톱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소식 이후 미국 개미들이 주식 매수를 시작했고, 기업 가치에 비해 주식이 고평가됐다고 본 시트론 등 헤지펀드들은 공매도에 나섰다.
그럼에도 개미들은 물러서지 않으며 추가가 치솟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SB) 토론방을 통해 세를 규합한 개미들이 주식을 계속 사들인 것이다. 이들은 토론방에 앞다퉈 주식 매수 인증 사진을 올리며 다른 투자자의 매수세를 부추겼다. 급기야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은 숏 스퀴즈(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것)에 몰리기까지 했다. CNBC는 "공매도 세력은 현재까지 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개미 대(對) 헤지펀드 대결구도는 격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게임스톱 전체 주식 유통물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144%로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벤처케피털 등 투자사들은 공매도 친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며 개미들을 자극하고 있다. 개미들은 토론방에서 "절대 주식을 팔지 말자"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머스크 CEO가 이날 정규장 마감 후 트윗을 통해 개미들의 투자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WSB 토론방 링크를 걸고 "게임스통크(gamestonk·stonk는 주식을 뜻하는 stock의 은어)"라는 트윗을 올린 것이다. 공매도 세력에 결사항전하란 뜻으로 받아들인 개미들은 추가 투자에 나섰고 이날 회사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장중 60% 이상 추가 급등하기도 했
전문가들은 게임스톱에 낀 버블이 한번에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CNBC의 짐 크레이머는 "게임스톱은 더 이상 회사 주식이 아니라 '전쟁터 주식'이 됐다"며 과대평가된 이 회사 주식에 추가 투자를 지양할 것을 촉구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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