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한국 정부 아프간 대피 작전 성공 사실 비중있게 보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과 현지인 협력자등 500여 명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나섰던 일본 정부가 아프간 현지인은 단 1명도 대피시키지 못하며 부실한 일처리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작전에 자위대 수송기 3대와 정부 전용기 1대를 투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까지로 정한 철수 시한에 맞춰 최대 500명으로 잡았던 일본 정부의 대피 희망자 이송 작전은 사실상 무위로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28일) 일뵨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계획한 이번 대피 작전의 일환으로 아프간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교도통신 통신원으로 일해온 야스이 히로미(安井浩美·여·57)씨 한 명뿐입니다.
그는 자위대 C-130 수송기편으로 어제(27일) 오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탈레반의 재장악 이후 아프간에 거주해온 일본인이 자위대 수송기편으로 대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현재 아프간에는 출국을 원하지 않는 소수 일본인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도통신등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 항공기 일부를 현지에 대기하도록 하면서 아프간 상황을 살필 예정이라 전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미군의 철수 작업이 본격화되고 공항을 겨냥한 테러 공격까지 발생해 아프간 협력자 대피 작전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가 아프간 협력자를 한 명도 대피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며 연일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중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의 위기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2일 처음으로 일본 정부가 자국 대사관 및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서 근무했던 아프간 직원과 그의 가족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수송기 파견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왔습니다.
스가 총리는 그날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국가안보국장 등과 대책을 논의한 뒤 이튿날인 23일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C-2 수송기 1대, C-130 수송기 2대, 정부 전용기 1대 등 총 4대의 파견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인접국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파견된 자위대 수송기가 25일 밤부터 그제(26일) 오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카불공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대피 희망자들이 카불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는 바람에 수송작전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대피를 기다리던 수백명은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이동을 포기하는 상황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최대 500명을 대피 대상으로 잡았지만, 자국민 1명만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한 셈이 됐습니다.
이를 두고 자국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수송기 파견을 결정한 것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고 8일이 지난 후로, 카불 함락 뒤 즉각 군용기를 보낸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1주일이나 늦었다며 그사이 현지 상황이 날로 악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지난 17일까지 대사관과 JICA 직원 및 출국을 원하는 자국민을 먼저 대피시킨 뒤 아프간 현지 직원들을 신경쓰지 않은 것도 문제로 거론하며 대사관 직원을 전원 대피시키는 바람에 현지에서 제대로 일을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닛케이는 영국 정부가 아프간 주재 대사를 현지에 남겨 아프간 협력자들을 상대로 비자발급 업무 등을 계속한 것과 일본 정부의 대응이 대비된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대피 희망자를 공항까지 오라고 해놓고 실상 방치한 것 또한 이번 수송작전이 실패한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즈키 가즈토(鈴木一人) 도쿄대 교수는 "대사관 등에서 일해온 현지 직원을 어떻게 할지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은 졸속이었다"며 일본 정부의 위기의식 부족을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프간 대사관에 방위주재관도 두고 있었으나, 이 직원은 지난 17일 다른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영국 군용기 편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송기 파견을 앞두고 일본 방위성이 현지에 선발대를 보낸 것은 22일이었고, 그때까지 대피 준비 업무를 할 사람이 아프간 현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에 두바이로 피신했던 카불 대사관 직원들이 뒤늦게 복귀해 자위대 파견대와 함께 대피 지원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서 대피 작전에 성공한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마이니치는 한국 정부가 '미라클'(기적)로 명명한 구출 작전을 통해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운 현지 직원과 가족 390명을 탈출시켜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로 받아들였다며 한국의 대피 작전이 성공한 경위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또한 이 신문은 한국도 일본처럼 대피 희망자가 카불 공항에 집결토록 한 뒤 수송할 예정이었지만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공항 접근을 막자 애초 계획을 바꿨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탈레반 간 사전 합의에 따라 공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산케이신문은 카타르에 대피했던 한국대사관 직원 4명이 카불로 복귀한 뒤 미국과 직접 교섭에 나서 각국과의 카불 공항 운송편 쟁탈전에서 승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일본이 한국에 외교력에 있어서도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됩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