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파라오 시대 유물 5점을 이집트에 돌려줬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규장각 도서는 여전히 파리 국립도서관에 불법 감금돼 있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이집트가 프랑스와 문화재 전쟁에서 완승을 거뒀습니다.
프랑스는 이집트가 도난당했던 파라오 시대의 유물 5점을 모두 돌려줬습니다.
처음부터 프랑스가 순순히 유물을 내놓겠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투명한 절차에 따라 유물을 매입했다며 이집트의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가 유물을 반환할 때까지 루브르 박물관과 모든 협력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하자 태도를 180도 바꿨습니다.
유물을 돌려받겠다는 이집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프랑스의 높은 콧대를 꺾은 셈입니다.
우리에게도 프랑스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국보급 유물이 있습니다.
바로 병인양요 때 빼앗긴 외규장각 도서입니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포함해 모두 340권의 책이 파리 국립도서관 창고에서 먼지만 먹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1993년 고속전철을 계약하며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겠다고 한차례 약속했지만 끝내 지키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은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소송을 위한 모금 운동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문화연대가 국민의 정성을 모아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습니다.
1년여의 기다림 끝에 지난 4일 희망적인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파리 행정법원에서 열린 마지막 심리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프랑스 소유가 됐기 때문에 반환은 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문화연대 측은 이번 소송에서 승리하면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일 지더라도 또다시 국민 성금을 모아 항소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답답한 건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입니다.
어쩌면 약탈 문화재를 돌려받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지도 모릅니다.
정부에서 파악한 약탈 문화재만 76,000점이 넘지만, 담당 공무원은 달랑 한 명뿐이니 말입니다.
MBN뉴스 조익신입니다.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