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자유의 나라' 프랑스에서 때아닌 언론 검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국영 라디오방송국 진행자들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됐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프랑스 국영 라디오방송의 스타 진행자 스테판 기용.
코미디언 출신인 기용은 여야를 막론하고 면전에서 독설을 퍼붓기로 유명합니다.
좌파의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도미니크-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졸지에 '희대의 바람둥이'가 됐습니다.
기용은 '칸의 숨겨진 야성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에게 하이힐과 가죽바지 금지령을 내려야 한다'고 비꽜습니다.
우파인 사르코지 대통령의 잦은 이혼 경력도 기용의 세 치 혀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1년에 6개월 동안만 결혼생활을 즐기는 난쟁이 똥자루 정치인'이라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잇단 돌출발언에 곤혹스러워하던 장 뤽 이스 라디오 방송 사장은 기용의 퇴출을 결정했습니다.
더는 수준 낮은 유머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겁니다.
기용의 갑작스런 하차는 언론에 대한 정치 개입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해고 결정을 내린 이스 사장은 사르코지가 직접 임명한 인물로 영부인인 카를라 브루니의 친구입니다.
게다가 불과 일주일 전, 사르코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디디에 포르트라는 인기 라디오 진행자가 쫓겨난 점도 불씨를 키웠습니다.
사회당의 마르틴 오브리 당수는 "민주주의의 특권은 표현의 자유와 조롱할 수 있는 권리, 나아가 무례할 정도의 표현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기용을 옹호했습니다.
앞서 기용은 오브리 당수를 '작고 뚱뚱한 재떨이 같다'고 조롱한 바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똘레랑스', 관용을 중시하던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가 들어서면서 프랑스 특유의 관용도 옛 이야기가 돼버렸나 봅니다.
MBN뉴스 조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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