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어제 대선 후보를 확정할 전당대회를 8월20일 치르기로 했습니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영우 / 새누리당 대변인
- "현행 당헌 당규가 바뀌지 않는 한 경선일이 8월19일 하는 게 맞다. 8월19일 하는 걸로 의결이 됐어요. 경선 룰을 바꾼다든지 경선일자를 조정하는 것은 당헌 당규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선 예비주자하고 지도부가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선 룰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말은 사실상 '말치레'로 들립니다.
경선 룰 변경을 위해 당헌 당규를 고치려면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를 열어야 하고, 선거인단 모집도 해야 합니다.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막으려면 야당과 한날한시에 치를 수 있게 선거법도 바꿔야 합니다.
더구나 경선 룰을 바꾸더라도 그 논의는 7월10일까지 끝내도록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마치고 8월20일 대선후보 전당대회를 연다는 게 가능할까요?
결국,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결정은 현행 경선 룰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것은 곧 박근혜 전 위원장이 비박 주자들의 잇따른 경고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박 전 위원장의 손익계산은 어떻게 될까요?
박 전 위원장은 원칙과 소신을 지킴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또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위험, 경선과정에서 있을지도 모를 부정 경선, 그리고 무엇보다 비박 주자들의 파상 공세를 모두 피하게 됐습니다.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안전하게 본선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러나 잃는 것도 많을 듯합니다.
비박 3인이 경선에 불참하면, 사실상 8월20일 전당대회는 '박근혜 후보 추대'로 끝날 듯합니다.
친박계는 환호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김빠진 맥주처럼 시큰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대선 후보 선출 직후 나타나는 '컨벤션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불통' '1인 독재' '사당화'라는 멍에가 연말 대선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 되면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서는 밑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는 것도 별로 없을 듯합니다.
지금 여론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일단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습니다.
MBN 매일경제 여론조사 결과 박 전 위원장과 안철수 원장은 45.8%, 43.8%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습니다.
박 전 위원장과 문재인 고문도 51.3%, 39.9%로 격차가 줄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47.1%, 안철수 원장이 48%로 박 전 위원장이 오히려 뒤졌습니다.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 하락은 경선 룰과 당원 명부 유출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흐름은 일시적일까요? 아니면 상당기간 지속할까요?
어쨌든 비박 주자들의 경선 불참과 흠집 내기는 두고두고 박 전 위원장을 괴롭힐 것 같습니다.
정몽준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
- "당권 장악한 사람들이 새누리당 승리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특정 개인의 당내 후보 되는 것만 목적으로 한다면 자멸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것에 참여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이재오 의원 역시 트위터에 '꼭 6·25처럼 기습하네. 허 참 끝났네!'라고 썼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당 지도부가 애매하게 해놓으시니까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리고, 다들 헷갈리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 측 신지호 전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신지호 / 새누리당 전 의원(김문수 지사 측)
- "이런 상태에서 본인이 선수이면서 심판까지 다 해버린 거니까요. 사실상 이런 상태에서 경선에 참여해달라는 것은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경선을 위해서 들러리 서달라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박 3인은 완전국민경선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비박 3인이 이 말을 거둬들이고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친박계인 이정현 최고위원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어제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최고위원
- "이분들이 간단한 분들이 아닙니다.명색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룰로 안 바꿔줬다고 해서, 기존 룰이 없으면 모를까? 기존 룰이 있는데도 자기들이 원하는 룰로 안 바꿔줬다고 해서 출마를 안 하겠다,
그 정도로 권력의지가 약하든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약해서 룰 때문에 출마를 안 할 정도로 시시한 분들이 아닙니다. 이분들은 한분 한분이 야심도 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들이 펼치고 싶어하는 꿈들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어쨌든 강력하게 자신들이 유리한 룰을 만들어보려는 의지를 보이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기존의 헌법, 기존 당헌대로 기꺼이 참여해서 많은 과정과 절차를 통해서 자신들이 펼치고자 하는 비전을 보여 경쟁을 할 것입니다. 경선 불참은 그냥 말씀으로 하신 얘기이고, 결국에 가서는 정정당당하게 참여를 해서 아름다운 경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비박 3인이 결국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말에는 왠지 가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박 3인이 경선에 나오지 않으면 혹 '소인배'로 비칠까요?
친박계는 설령 비박 3인이 경선에 불참해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고 보는 걸까요?
8월에 박근혜 위원장이 대선 후보가 되면 모든 것은 과거사가 되고, 야권 후보와 대결 구도 속에 지지자들이 박근혜 후보를 향해 하나로 뭉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민심의 흐름은 강물과 같이 지금 친박계의 이런 기대가 맞다 틀리다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