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워리워스 웨이’, ‘마이웨이’…. 흥행이 됐던 안됐던 배우 장동건(40)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들이다. 그는 그간 ‘대작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2년, 그는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작품 두 편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과 영화 ‘위험한 관계’다.
두 작품에서 그는 바람둥이로 출연했다. 특히 11일 개봉 예정인 ‘위험한 관계’에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옴파탈 매력이 철철 흘러넘친다. 아내인 고소영은 “결혼 전에도 안 하던 역할을 결혼하고 나서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지만, 장동건은 자신이 맡은 역할들이 만족스러운 듯했다.
“대작 영화를 하다보면 어떤 결핍이 생겨요. 한편으로는 섬세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작 영화는 흥행 부담이 많이 생겼지만 이 영화는 솔직히 부담은 덜해요. 제작자나 투자자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요.”(웃음)
“사람이 살면서 표현 안하려고 할 뿐이지 화가 안 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인간 장동건, 남자 장동건이 마음속에만 품고 있는 것을 이번 캐릭터를 통해 끌어올렸죠. 그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연기하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스크립트였다. 특히 (멜로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님이 한다고 하니 섬세한 작업을 기대했다”고 회상했다.
‘신사의 품격’도 인기를 끌었고, ‘위험한 관계’는 아직 국내 개봉되진 않았지만 중국에서 먼저 상영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친구’가 장동건의 대표작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대표작이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큰 듯하다.
그는 “허진호 감독님도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라는 작품을 만들었고, 나도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들을 했지만 서로 ‘그게 언제적 영화냐’고 얘기하며 대표작을 바꿔볼 수 있도록 의기투합해 열심히 찍었다”고 웃었다.
배우 장동건에게 2012년은 필모그래피가 다양하게 쌓였다는 것 이외에도 또 하나 새로운 지점도 생겼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거대 손이라고 할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와 소속사를 합쳤다. 배우로서, 그리고 언젠간 도전할지 모르는 연출자와 제작자로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결정했다.
그는 “다른 회사들과도 비즈니스 협상은 많이 했었는데 거절을 했다. 하지만 이수만 대표님의 비전은 좋았다”며 “서로 필요한 지점이 잘 맞은 것 같고, 시너지 효과가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아직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먼저 터져 나왔다. 소속사가 합병되면서 기업보고서가 공개돼 그의 몸값이 공개된 것. 일부에서는 엄청난 몸값을 받는다며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장동건은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 생겼다면 주의했어야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며 “하지만 스스로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개런티 협상을 할 때 가장 많이 받아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일정 선에서 조절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감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 좋은 일에 많이 쓰일 수 있도록 기부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이 아이에게 애착형성시기라고,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랑은 잘 되고 있다는데 저는 아직 애를 혼낼 자격도 없대요. 애착이 형성되기 전에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하네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제 조금은 쉬려고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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