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24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메릴린치 투자 실패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KIC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지적된 메릴린치 투자 실패와 관련해 공식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IC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해 아직도 대규모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IC 투자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인수된 BoA메릴린치 주가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17.16달러를 기록해 KIC의 손실 규모는 7억2000만달러(7500억원·수익률 -35.8%)에 달한다. 하지만 KIC는 메릴린치 지분을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많이 제거된 데다 내년 금리 상승 이후 예대마진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안 사장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BoA메릴린치의 영업과 재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가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투자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 투자 프로세스 강화를 비롯한 재발 방지 대책도 약속했다. 안 사장은 “책임을 지지 않는 성격의 운영위원회는 투자 정책과 방향 결정, 감독 등에 집중하고 투자위원회에서 투자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내년에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KIC의 대체투자 비중은 10%인데 이를 최소 20%까지는 늘릴 생각”이라며 “수익률도 두 자릿수 이상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대체투자 중에서도 부동산은 투자 규모가 크고 수익률도 주식과 채권 중간 수준으로 비교적 좋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달 초 공동투자 형식의 깜짝 놀랄 만한 투자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번 투자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KIC의 운용자산 규모는 1000억달러(약 111조원)를 웃돌 전망이다. 안 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외국환평형기금의 100억달러 투자를 승인받으면서 올해 말까지 900억달러가량 운용자산을 확보할 전망”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운용자산이 1000억달러를 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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