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1999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MBC 드라마 ‘왕초’가 16년 만에 동창회로 다시 뭉쳤다. 이제 한 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이들의 만남은 반가웠으며, 동창회를 훔쳐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지만 정리되지 어수선함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한 아쉬운 게스트 섭외능력은 2%의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직후 ‘과거로 떠나는 추억 여행’ 혹은 ‘90년대 추억팔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어개인’은 과연 정규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옛 명작 속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동창회 콘셉트의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어게인’이 11일 첫 포문을 열었다. ‘어게인’ 첫 회의 포문을 연 주인공은 90년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왕초’ 팀이었다.
배우 차인표와 송윤아가 주연으로 나선 ‘왕초’는 1960년대 군사정부를 배경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실감나게 묘사하면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방송 당시 평균 시청률 30%를 넘나들었던 ‘왕초’는 당대 최고의 스타로 꼽혔던 차인표, 송윤아, 김남주, 김상경, 윤태영 등의 연기파 배우들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을 뿐 아니라, 이서진, 송일국, 류현경, 류덕환 등 당시 신인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왕초’ 촬영 이후 무려 16년 만에 의정부 MBC 문화동산에서 다시뭉친 ‘왕초’팀은 만나자마자 지난날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날 ‘왕초’ 동창회에 모인 주인공들은 차인표와 송윤아를 비롯해 박상면, 이계인, 홍경인, 박상면, 윤용현, 박준규, 현영 등 이었다.
“차인표와는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했는데 단 한 번도 전화번호를 교류한 적이 없다”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유독 반가워했던 송윤아는 함께 촬영했던 이들을 연이어 만나자 결국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송윤아는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에 “내가 먼저 연락을 끊었겠지”라고 자책했고, 그런 모습을 본 홍경인은 송윤아를 달래며 다시 한 번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이후 이들은 16년 전으로 돌아가 ‘왕초’의 명장면 재연한 뒤 이를 사진으로 찍으며 화기애애함을 뽐냈다.
‘어게인’의 첫 회는 ‘왕초’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더나 할 것 없이 좋은 예능프로그램이었다. 명작 속 스타들이 다시 만난다는 기획의도는 기발했으며, ‘그때는 그랬지’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기억 한편 잠들어 있던 사람들의 향수를 건드리면서 묘한 감동을 전한 것이다.
기획면에서는 신선했지만 게스트 섭외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차인표와 송윤아를 초대한 것은 좋지만, ‘왕초’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맨발’ 윤태영을 섭외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윤태영 뿐이 아니다. 이혜영, 허준호, 이훈 등 당대의 스타들의 출연이 미미했다. 드라마에 출연 여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던 현영의 출연은 이 같은 캐스팅의 아쉬움을 극대화 했다.
‘왕초’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는 현영이었지만, 정작 출연진들과 시청자들은 그의 출연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단체 촬영에서조차 얼굴을 비추지 않은 현영의 ‘왕초’ 동창생 모임은 마치 잘못된 모임에 온 마냥 ‘하나로 어울림’의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왕초’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하고 공감을 느끼는 장면은 마치 만들어 낸 듯 어색했고, 이같은 어색함은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으로 돌아왔다.
산만하고 중점이 없는 프로그램 진행 또한 훗날 정규로 확정되면 풀어야 하는 숙제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리얼리티도 좋지만 진행자가 없다 보니 한 시간 내내 산발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코너도 명확하지 않다보니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가 쉽게 전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드라마를 아는 이들에게는 추억 여행이지만, 이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복고열풍을 이용한 ‘단순 추억 팔이’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균형잡기도 시급해 보였다.
한편 총 2회로 구성된 ‘어게인’은 오는 18일 2호 분을 반영하며, 25일에는 기존의 ‘경찰청 사람들’이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