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영난으로 생사 기로에 놓인 현대상선이 2주간 거래 정지에 들어간다. 현대상선의 운명을 결정 지을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 결과도 거래 정지 기간 중에 나올 가능성이 커 거래가 재개될 때까지 현대상선 주주들의 불안감이 증폭될 전망이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내일인 20일부터 오는 5월 4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는 지난달 18일 감자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자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7대 1 감자를 결정했다. 자본잠식률 50%가 2년 연속 지속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감자기준일은 거래정지 둘째날인 21일이며 다음달 6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6일 거래가 재개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거래 정지 기간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점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긴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다. 해외 선주들도 고통을 분담한다는 조건을 걸고 채권단이 채권의 원금과 이자 상환을 3개월 간 유예해준 것이다. 결국 해외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결렬되면 자율협약도 자동으로 종료되고 법정관리 수순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명분 측면에서도 현재 시세의 5배가 넘는 용선료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채권단이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채권단만 희생하고 그 이익을 해외 선주가 가져간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재무 상태 측면에서도 용선료를 20~30%만 인하해도 매년 2000억원 가까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한해 동안에만 1조 8793억원에 달하는 용선료를 지불했다. 이는 매출액의 1/3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간의 용선료 협상 결과는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며 3개월 만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 데다 여전히 일부 사채권자는 만기 연장에 반대 의사가 강해 시간이 넉넉치 않다. 상장 유지냐 상장 폐지냐를 판가름할 중대한 결정이 거래 정지 기간 중에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발언으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5일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며 “용선료 협상 결과가 중요하지만 잘 될지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순탄치 않은데 마냥 시간을 끌 수 없으니 정부가 법정관리라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발언이 전해진 지난 18일 현대상선 주가는 8% 급락하며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대상선 개인 투자자다. 최근 2년 동안 개인투자자는 현대상선 주식을 무려 52만주, 금액으로는 37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내 개인 투자자의 평균 매수가는 6500원이다. 현주가 1975원 대비로 이미 70%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각각 26만주, 22만주씩 순매도하면서 물량을 덜어냈다.
현대상선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거래 정지 기간 중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법원이 회생계획을 기각하면서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로 직행하는 경우다. 이 경우 현대상선 주식의 정상적인 거래는 오늘이 마지막이었던 셈이다.
현행 거래소 규정상 상장사가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즉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주식의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후 법원이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매매거래가 재개되고, 기각하면 매매거래 정지가 이어지며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기보다 청산쪽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이달 말 용선료 협상 결과가 결렬로 나온다면 현대상선의 법정관리로 당초 6일로 예정된 거래 재개도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우 거래정지 기간 중에 법정관리를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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