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점점 거세지면서 법인세 인상 논쟁 불이 붙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낮췄던 법인세를 다시 올려 복지비 등에 들어갈 세수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조세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로 인해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상당부분 늘었다고 강조한다. 또 당장 세수는 늘어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가계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쳐 경제가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인세 인상과 관련한 5대 쟁점을 분석했다.
1. 대기업 세부담 낮다?…실질 세율은 20% 넘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기업 법인세율이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 당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춰 대기업 세부담이 줄었지만 이에 상응한 고용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로 올릴 경우 연간 약 7조 6400억원의 세수가 증대한다”며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양극화 개선 등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에 해당되는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 약 220개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7.9%로 그 이하 과세표준 기업들의 18~19% 보다 낮다. 노무현 정부 시기 20%에 달했던 실효세율에 비교하면 ‘표면적으로’ 대기업의 과세 부담이 확 줄은 셈이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화’됐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 많이 투자해 왔다. ‘소득을 낸 나라에서 세금을 낸다’는 원칙 하에서 해외공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은 해당 국가에 납세를 한다. 가령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공장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에 대한 과세권은 중국 세무당국에 있다는 이야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만큼은 법인세에서 차감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제외하면 과세표준 1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실질 세율은 20%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전보다 세수가 덜 걷히는 것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20%대로 국내 법인세율 최고한도(22%)랑 별 차이가 없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말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2014년 기준 상위 0.5%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이미 78.4%에 달한다”며 “이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30%대에 달하는 호주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2. 법인세 낮아져 올릴 여력 많다?…2~3년간 비과세·감면 확 줄어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확 낮아졌기 때문에 이를 다시 올려도 기업들이 세금을 더 낼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 들어 최근 2~3년 사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실효세율은 16.6%로 한 해 전에 비해 0.5%포인트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실효세율이 16.0%를 찍으며 최저치를 기록한 후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견기업일수록 법인세 실효세율이 높아지고 있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기업의 경우 지난해 실효세율이 8.8%로 2013년(9.1%)에 비해 0.3%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 대·중견기업의 경우 지난해 실효세율이 한 해 전에 비해 0.5%~0.8%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2013년 부터 대·중견기업 혜택을 줄였기 때문이다. 가령 고용을 더 많이 할 때 세 혜택을 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 제도의 경우 대기업은 2014년 부터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또한 2013년부터 최저한세율(감면과 상관없이 최저로 내야 하는 세율)을 중견기업의 경우 11%에서 12%로, 대기업의 경우 14%에서 17%로 높이면서 감면 혜택을 확 줄였다.
대·중견기업 실효세율이 올라간 것은 올해 세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법인세수는 한해 전에 비해 약 5조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 늘어난 세금으로 온 국민이 혜택?…35%는 근로자에게 부담 전가
야당에서는 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어 복지 등에 씀으로써 국민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시 파급효과가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김학수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하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법인세율 인상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부담은 근로자 등 다른 경제주체에 전가된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개방경제하에서 법인세 인상의 부담은 상당부분 전가된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부담의 상당 부분이 최종적으로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연구결과는 2002년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지난 2014년에는 법인세 부담 가운데 기업주주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40% 수준에 그치는 반면 근로자에게 30~35%, 토지소유주에게 25~30% 수준의 부담이 전가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는 설명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이 0.3~0.5%의 고용 감소와 0.3~0.6%의 노동소득 감소를 초래한다는 실증분석결과를 소개했다.
4. 법인세 인상은 국제적 추세?…OECD 인하국이 인상국 3배
일부 선진국에서는 법인세를 올리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2008년 대비 2016년 법인세율(지방세분 포함)을 인하한 나라는 일본, 영국, 스웨덴 등 총 18개국이고, 인상한 국가들은 6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게 대세란 뜻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6개국 가운데 칠레,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의 최고세율은 2016년 OECD 평균(지방세분 포함) 24.8%을 하회하거나 유사한 수준이었다. 인상후 최고세율이 OECD 평균 세율을 상회한 그리스, 멕시코, 포르투갈은 재정파탄으로 인해 세수확보가 절실했던 경우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는 법인세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추가적인 투자 위축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5. 법인세 더 걷어 복지 늘리는게 효과적?…실업률 높아지는 부작용이 크다
법인세를 올려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쟁점이다.
법인세와 복지지출에 대한 기존연구들은 법인세 증세를 통해 사회복지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987년이후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재원을 충당할 경우 실업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게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가장 최근인 2013년 관련 논문도 ‘법인세 증세는 국가경쟁력과 효율성을 악
김 선임연구원은 “법인세 증세는 단기적으로 세수를 증가시키지만 중장기적으로 국가재정의 상태를 악화시킨다”며 “법인세 증세를 통해 사회적 후생이 증가하는 경우는 실업률이 비효율적으로 낮아서 법인세 증세에 의해 실업률이 효율적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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