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또 다른 매력의 타임루프물 |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딸을 살려야만 하는 준영(김명민 분)은 딸의 죽음 앞에 매일 무참히 무너지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루를 바꿀 방법을 악착같이 찾는다. 그런데 지옥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사람은 준영뿐만이 아니었다. 아내의 죽음을 매일 지켜봐야만 했던 민철(변요한 분)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거침없이 돌진한다. 자기의 몸을 내던져서라도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또 시간여행이다. 앞서 ‘엣지 오브 투모로우’, ‘소스코드’, ‘7번째 내가 죽던 날’까지 시간을 달리는 판타지가 또 하나의 장르가 된 듯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간여행 소재는 더 이상 신선함과 궁금증을 안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미 대중들이 비슷한 소재에 피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타임루프 소재의 ‘하루’가 등장했을땐 큰 기대감을 유발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 2시간 전을 계속 반복하는 설정은 진작에 결말을 예상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호 감독은 이러한 익숙한 소재에 ‘지옥 같은 상황에 갇힌 두 남자’라는 살을 붙여 나갔고,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두 남자로 인해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시선을 붙들었다.
게다가 기존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들은 주인공 한 사람만이 특정 시간을 반복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하루’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시간 속을 또 다른 인물이 함께 돌며 사건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여태껏 봐왔던 타임루프 소재의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함으로써 다소 지루함을 안길법하지만, 배우들은 매 신마다 다른 감정, 다른 호흡으로 흡입력 있는 연기로 스크린을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 여기에 속도감 있는 연출과, 촘촘한 구성으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또 다른 재미의 새로운 타임루프물을 탄생시켰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