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를 쫒으려고 쳐 놓은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70대 농부가 숨졌습니다.
규정을 지키지 않고 무단으로 고압의 전기울타리를 설치한 건데,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치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전남 영광의 한 농촌마을, 논 옆으로 어설프게 깔아놓은 전기선이 보입니다.
줄을 따라 가봤더니 옥수수밭이 보이고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둘레에 전기 울타리를 쳐 놨습니다.
▶ 인터뷰 : 동네 주민
- "다 뜯어먹고 심하다니까. 촌에서는 (농사) 못 해먹고 살겠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평범한 철사입니다.
220볼트 전원에 그대로 연결돼 있어 동물이 접촉하면 순간 1만 2천 볼트까지 고압 전기 충격이 가해집니다.
심지어 감전된 동물 사체까지 발견됩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결국, 73살 임 모 씨가 이 도랑에서 우렁이를 잡다가 자신이 쳐 놓은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원래 허용된 규격의 전기울타리는 전압을 낮추는 장치가 갖춰져 있어, 건전지 수준의 전기가 가해져 따끔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농촌에서 임의로 설치한 대부분의 전기울타리는 이처럼 수백 배에 이르는 치명적인 고압 전기를 그대로 쓰고 있어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겁니다.
▶ 인터뷰(☎) : 이몽룡 / 영광군 유해동물피해방지단
- "차단기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옆에 가도 전기가 오거든요. 모든 짐승들이 거기에 가면 전기에 딸려서 죽게 돼 있어요. 70~80%는 말을 안 듣고 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숨진 사람만 10명.
불법 설치된 전기울타리가 사람 목숨까지 앗아가는 무서운 덫이 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