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서예지 사진=MK스포츠 |
“보이는 것과 똑같이 연기하는 내내 힘들었다. 시청자들에게 상미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 실제로 가위도 눌렸다. 극중 구선원 사람들이 전부 상미를 가두려고 하고, 강압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나. 상미의 입장으로 임하다보니 실제 집에서까지 이어졌다. 대본을 보고 상미 생각을 하다 잠이 들면 늘 악몽을 꾸곤 했다.”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뜨거운 촌놈들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그린 본격 사이비 스릴러다. 연재 당시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인정받은 조금산 작가의 웹툰 ‘세상 밖으로’를 원작으로 한다.
서예지는 극중 임상미를 통해 구선원과 맞서 싸우며 처절하면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임상미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3년이란 시간 동안 구선원 안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다. 평범한 가정의 든든한 딸이었던 임상미는 구선원에 발을 들이면서 웃음을 잃기 시작했고, 매 회 눈물을 흘리며 구선원을 빠져 나가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상미를 연기하면서 내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표정이었다. 시청자들에게는 변함없는 표정 같겠지만 상미에게는 큰 변화였다.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 전반과 후반의 차이가 확실해야 했다. 외적은 백정기가 성숙한 소녀를 좋아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출이 없는 긴 치마를 자주 입었다. 또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고 연기했다.”
실제 기독교 신자로서 깊은 신앙심을 지닌 서예지는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상미를 누구보다 공감했으며, ‘구해줘’를 통해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털어놨다.
“저도 종교가 있어서 그런지 사이비 집단에 대해 많이 들었고, 어릴 때도 지나가다가 경험한 적이 있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실제로 당한 입장을 연기하다보니까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고, 더 이상의 피해가 있으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가 있다고 해서 드라마를 찍으면서 걱정되는 건 없었는데, 사이비에 대해서 더 고발하고, 더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극중 상미가 구선원을 빠져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가족들마저 구선원에 현혹돼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짐을 짊어지게 됐다. 그런 상미가 구선원 사람들과 맞서기 위해 새로운 작전을 세웠다. 상미는 구선원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들의 편이라는 것을 알리고 안심시키기 위해 그들의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중 상미가 신도들 앞에서 새 하늘의 언어라며 “쌀랄렐레” 라는 소름끼치는 주술을 외우는 장면은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서예지가 이 장면을 NG 없이 한 번에 촬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깊은 감정 연기에 대한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방언연기는 작가님도 예민했던 부분이었다. 대본에 대사 없이 ‘방언을 한다’ 라는 지문만 있었다. 상미가 방언을 광신도처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모 교육과정에도 없었기 때문에 백정기(조성하 분), 아버지(정해균 분)의 방언을 보고 비교하면서 그들보다 덜한 표현을 고민하다가 ‘쌀랄렐레’ 방언을 하게 됐다. 방언 연기를 하면서 걱정됐던 부분은 사이비가 전부 방언을 한다고 기독교가 사이비처럼 아무나 방언을 할 수 있다고 비춰질까봐 부담됐다. 새 하늘의 언어라는 사이비적인 언어를 통해 백정기를 속이는 걸 연기해야 했기에 계속되는 연구 끝에 시도하게 됐다.”
극중 상미가 구선원을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만큼, 그의 탈출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이를 보던 시청자들은 의문의 고구마를 맛보며 하루 빨리 상미와 가족들이 구선원을 빠져나오는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을 맛보길 간절히 바랐다.
“고구마 전개라는 반응에 대해 공감됐다. 왜냐면 저는 현장에서 연기를 한 사람이지만,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도 되어 봤는데, 답답함을 느꼈다. 물론 촬영할 땐 몰랐다. 저는 구선원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늘 누군가가 등장하면서 못 나가게 막아서 여기를 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의도치 않게 시청자분들에게 고구마를 드려서 죄송하다. 최대한 빨리 사이다를 드리려고 노력했다(웃음).”
상미의 구선원 탈출은 오랜 시도 끝에 촌놈 4인방의 활약으로 성공하게 된다. ‘구해줘’ 마지막회에서는 구선원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졌고, 사이비 교주 백정기는 죽음을 이르렀다. 그러나 완전한 사이다는 없었다. 강은실(박지영 분)은 여전히 새 하늘님의 존재를 믿었고 신도들을 모아 다시 자신들의 사이비 교리를 전파했다. 뿐만 아니라 상미의 아빠 역시 사이비 종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며 막을 내렸다.
“결말은 너무 아쉬웠다. 아쉬우면서도 진짜 우리나라에 있는 사이비 종교에 현실을 100% 반영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쉬운 전개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다도 아니고, 고구마도 아닌 찝찝하면서 새드도, 해피도 아닌 다음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의미 같은 결말이지 않나. 많은 분들이 시즌2를 얘기하시는데, 이를 염두에 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현실 속에 있는 것들이 이어졌다는 게 우리들이 모두 고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담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상미 입장에서 아버지를 놓고 왔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최종회에서 아빠가 십자가를 매달고 있는 모습을 방송으로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상미의 웃음으로 드라마가 끝난다고 알고 있었고, 시청자분들에게 사이다를 드렸다는 안도감이 있었는데, 방송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소름 돋았다.”
이처럼 국내 최초 사이비 스릴러 장르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한 서예지는 안정적이면서 소름 돋는 연기력을 선보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런 그에게 ‘구해줘’는 남
“‘구해줘’는 가슴에 묻어두는 작품이다. 너무 소중하고, 너무 아팠고, 아플수록 묻으려고 하지 않나. 머리로 기억하기보다 가슴에 묻는 작품이다. ‘구해줘’가 계속 재방송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못 보신 분들이 사이비에 대해서 피해가 없기를, 더 이상에 상처받는 영혼들이 없길 바란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