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사망한 배우 김주혁.제공|나무엑터스 |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45세. 예상치 못한, 너무 이른 이별이다.
김주혁은 지난 30일 오후 4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한 아파트 정문 부근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발견 당시 의식이 없던 상태였던 그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숨졌다.
사고 직전 인근 차량에 부착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김주혁이 타고 있던 벤츠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는 편도 7차로 중 4차로에서 주행하다 3차로에 있던 그랜저 차량을 추돌한 뒤 정차했다. 그랜저 차량 운전자가 사고 뒤처리를 위해 우측 방향등을 켠 상태로 인도쪽으로 이동하려고하자 김주혁의 벤츠 SUV가 갑자기 출발해 인도쪽으로 돌진, 아파트 벽면에 부딪친 뒤 전복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초 그랜저 차량 운전자는 김주혁이 정차했을 당시 눈을 감은 채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슴을 움켜잡은 것이 아니라 가슴을 핸들에 기댄 채 양손으로 핸들을 감싸쥐고 굉장히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였다'고 말해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경찰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차량 결함 외에 건강이상 여부도 확인할 것”이라 밝혔다.
이송됐을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건국대병원 응급실 관계자에 따르면 김주혁은 이미 심각한 응급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고, 일련의 응급처치를 했지만 결국 응급실에 도착한 지 50여분 만에 결국 사망했다. 관계자는 “심근경색 증상을 먼저 일으킨 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주혁은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발탁되며 연기에 입문했다. 대배우로 이름을 남긴 고(姑) 김무생의 아들이기도 했던 그는 지난 20년간 드라마 ‘카이스트’ ‘사랑은 아무나 하나’ ‘프라하의 연인’ ‘무신’ ‘구암 서준’ 영화 ‘청연’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공조’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공조’에서 악역을 소화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지난 9월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 김백진을 연기해 또 한 번 호평 받았다. ‘공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27일 열린 제1회 더서울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의 활동은 연기에만 국한되진 않았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에 고정 출연하며 ‘구탱이형’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대중의 사랑을한 몸에 받았다.
일뿐 아니라 사랑도 잡았던 그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을 통해 호흡을 맞춘 17살 연하의 배우 이유영과 연인으로 발전, 올해 초부터 공개 연인으로 사랑을 이어오고 있던 김주혁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유영과의 결혼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최근까지도 김주혁은 영화 ‘독전’에서 하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으며 영화 ‘흥부’의 개봉도 앞두고 있었으나 갑작스런 죽음으로 20년에 걸친 연기 열정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 김주혁의 시신이 안치됐던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동료, 후배 배우들도 애도를 표했다. 최희서는 자신의 SNS에 "더 서울서워즈에서 수상하실 때 마이크 앞에서 잠시 침묵하시고 트로피를 움켜쥐시던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속을 맴돌 것 같습니다"라며 "그 침묵 속에서 연기를 향한 애정과 설렘이 느껴져서인지, 저 또한 잠시 코끝이 찡해졌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그 열정을 저희가 이어 나가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고인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문성근은 "('석조저택 살인사건') 무대인사 다니면서 '속이 깊구나' 싶었다. 자주 만나고 싶어졌는데... 애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2013년 '구암 허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오대환은 "형..... 오늘 형한테 나 너무 미안하네요. 아무것도 아닌 제 생일날 저에게 배 터지도록 사준 초밥은 내게 배만 부르게 해 준 게 아니었어요"라며 "형이랑 함께 갔던 감자탕집도 촬영하면서 먹던 라면도 왜 이렇게 생각이 나는지... 나를 가득 채워주던 형의 격려와 응원, 동료들을 챙기던 배려... 형은 저에게 그런 넉넉하고 참 따뜻한 형이었습니다"라고 추억했다.
또 공효진은 "잠이 잘 오지 않을 밤. 누군들 막고 피할수 있을까... 인생은 참 아프구나"라고 침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김주혁 사망 사고 관련,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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