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양현종의 포효와 함께 KIA가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양현종의 바람과 다르게 우승 헹가래 장소는 광주가 아닌 서울이었다. 하지만 유재신에게는 매우 의미 있었다. 33년 전 아버지가 역전 홈런을 날리며 우승을 일궜던 장소였다.
유재신은 박철우-박세혁에 이어 역대 2번째 부자(父子)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1일 신장암 투병 중 별세한 故 유두열.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8회 역전 3점을 쏘아 올리며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그 해 한국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유재신은 “부자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세워 영광이다”라며 “많은 야구팬이 아버지를 회상하면, 한국시리즈 7차전 역전 홈런 순간을 떠올리지 않는가. 그 장소에서 우승을 하게 돼 뜻 깊다”라고 말했다.
↑ 지난 7월 31일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유재신(왼쪽)은 3개월 뒤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유재신은 드디어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소원 하나를 이뤘다. 아버지 영전에 우승 반지를 바칠 수 있게 됐다. 아버지의 묘소는 일산의 한 교회 부근 나무 밑이다. 아버지가 투병생활을 하며 어머니와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교회다. 유재신은 “우승 반지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바칠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라고 웃었다.
사실 우여곡절 끝에 경험한 첫 우승이었다. 유재신은 7월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KIA가 아닌 넥센 소속이었다. 2대2 트레이드로 KIA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트레이드의 중심은 그가 아닌 김세현이었다.
유재신은 백업 외야수였다. 1군에서도 자리가 없었다. 7월까지 엔트리 등록과 말소를 세 차례씩 했다. 트레이드 전까지 16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KIA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유재신은 9경기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시리즈 엔트리(30명)에 이름을 올렸다.
유재신은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트레이드 이후에도 많은 경기를 못 뛰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28명에서 30명으로 확대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혹시나’ 싶었다. 잘하면 내가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감독님께서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내가 안 뛰는 게 팀이 편하게 우승할 수 있는 것이다.” 유재신은 한국시리즈 출전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출전 지시가 없어 조바심을 내지도 않았다.
↑ 유재신의 아버지이자 롯데 자이언츠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故 유두열.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그렇지만 유재신도 경기에 나가 팀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는 한국시리즈 4·5차전에 교체로 출전했다. 특히 4차전에서는 4-1의 9회초 안타를 때린 김민식의 대주자였다. 그는 2루 도루 시도로 포수 양의지의 타격 방해 실책을 유도했으며, 이명기의 희생번트에 이어 김주찬의 땅볼로 홈을 밟았다. 쐐기 득점이었다.
유재신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표현했다. 정규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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