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은행권 등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을 통한 거래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 가상통화 특성을 이용해 제재를 피하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북한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통화를 활용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사이버보안 업체인 '레코디드 퓨처(Recorded Future)'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코디드 퓨처 연구진은 최근 북한과 연계된 '마린 체인'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스캠(사기성 가상통화)을 발견했다. 레코디드 퓨처에 따르면 조나단 푸옹 카 콩 마린 체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3년부터 북한이 제재를 피하는 데 도움을 줬다,
프리실라 모리우치 레코디드 퓨처 이사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상통화는 유동성과 변동성이 매우 높고, 금융시스템과 정부의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고 거래가 가능하다"며 "북한이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가상통화를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통로로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이 다양한 가상통화를 이용하는 한편 각 거래를 수 천 건의 거래로 분산시키는 등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모리우치 이사는 "지난 수 십 년간 불법 무기 판매와 의약품 거래 등으로 각종 제재를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한 데 이어 가상 세계를 이용해 과거와 전혀 다른 수법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의 사이버보안 조사업체 '그룹IB'는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지난해 5억7100만달러 규모의 가상통화를 탈취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암호화폐 해킹 피해액이 총 8억8200만달러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65%가 북한 해킹 조직의 소행인 셈이다. 그룹IB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타깃은 한국과 일본의 가상통화
국제사회도 가상통화의 불법자금 활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4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에서 가상통화가 자금세탁 또는 테러자금조달 용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국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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