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에 대한 무자본 인수·합병(M&A)이 시세조종은 물론 분식회계 등을 이용하며 더욱 고도화·지능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 이후 위법행위를 저지른 회사 24곳을 적발하고 관련자 20여 명을 검찰에 고발·통보하는 등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18일 '무자본 M&A 합동점검 결과 및 투자자 유의사항'을 통해 총 67개사를 조사해 24개사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무자본 M&A는 일명 기업사냥꾼 등 특정 세력이 주로 사용하는 인수 방법으로 자기자금보다는 차입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대량 차입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한 뒤 정상적인 회사 경영보다 자금을 유용하거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시세조종에 가담하는 등 불법행위가 벌어지는 사례가 많다.
금감원 조사에서는 부정거래 5개사, 공시위반 11개사, 회계분식 14개사가 적발됐다. 위법행위가 중복된 회사는 6개사로 총 24개사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정거래 등으로 약 1300억원대 부당이득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며 관련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며 "20여 명을 이미 검찰에 고발·통보했으며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행정 제재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자본 M&A 기업은 주로 인수 단계에서는 주식담보대출 내용이나 주식대량보유(5%) 보고서 공시를 누락했고, 인수 이후에는 비상장주식 고가 취득 등 분식회계나 시세차익 실현을 위한 허위사실 유포, 관련 없는 바이오·에너지 같은 신사업 진출 발표 등을 통해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24개 기업은 최근 3년간 최대주주 변경 횟수가 평균 3.2회에 달했고, 최대주주를 숨기기 위해 정보 접근이 어려운 비외감법인이나 투자조합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기업은 3년간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자금 1조7417억원을 조달했으며, 조달자금의 74%에 달하는 1조2910억원을 비영업용 자산 취득에 사용하고 비상장주식 취득이나 관계 회사 등에 대여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핵심 경영에 자본이 제대로 투자되지 않으면서 회사 평균 매출액은 2016년 409억원에서 지난해 359억원으로 떨어졌고, 평균 영업손실은 24억원에서 43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24개사의 당기순손실 평균액만 162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선의의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투자자 유의사항도 내놓았다. 먼저 금감원은 기존 무자본 M&A는 사채업자나 M&A 중개인 등 소수 관련자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투자조합, 사모펀드, SPC 등을 통해 인수 주체를 숨기는 등 최대주주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사업 실체가 없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해외 바이오, 관광, 에너지 관련 사업 등을 통해 부정거래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최대주주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 △사모 CB, 증자가 잦은 기업 △비상장주식 고가 취득 기업 △기존 사업과 연관 없는 신규 사업 진출 △주가조작 전력자가 임직원으로 있는 기업 등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