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7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2차 피해 방지, 조사단 구성을 발표했다. 이어 피해자 지원단체에 '민관합동조사단'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그간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단 등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에 강력한 의문을 표하며, 이제까지 서울시에서 일어난 사건의 성격과 문제에 대해 다시 짚는다.
■시장의 '기분'이 중요한 사람들에 의해 강요된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
비서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업무에 최선을 다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업무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비서의 평가와 교체 여부 역시 이를 중심으로 정해졌다. 이는 시장의 '기분'이 중요한 사람들에 의해 요구되고 지속되었다. 시장의 '기분 좋음'은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역할 수행으로 달성되었고, 이는 사실상 성차별이며 성폭력 발생과 성역할 수행에 대한 조장, 방조, 묵인, 요구에 해당한다.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
●결재 받을 때 시장님의 기분 상황을 확인. 비서에게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 하게..." 라며 심기보좌, 혹은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 결재 받은 후 "기분 좋게 결재 받았다"고 인사
●시장이 구두로 긴급하게 결정하는 것이 많으므로, 그 날 그 시각 시장의 기분이 중요하며 시장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원하는 답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비서에게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을 암묵적, 명시적 요구
●박 전 시장은 승진을 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천명했음에도 불구, 피해자가 원칙에 따라 전보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피해자의 전보 요청 만류와 불승인
■"비서실장들은 몰랐다", "시민인권보호관 등에 신고된 바 없었다"는 입장에 대하여
7월 15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장 전 비서실장 4인, 서정협(현 행정1부시장), 허영(현 국회의원), 김주명(현 서울특별시평생교육원장), 오성규(현 박원순 캠프(광화문팀)) 전 비서실장은 '이구동성'으로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정협 현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비서실장 재직 당시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입장을 냈다. 7월 15일 SBS 보도에 따르면 어느 서울시 관계자는 "공식 신고 접수된 바 없었다"고 말하며 공식 신고가 없었으니 사안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엇이 알아야 할 사안이고 무엇을 몰랐던 것인가. 시장실과 비서실은 일상적인 성차별로, 성희롱 및 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주어야 함. 샤워를 마친 시장이 그대로 벗어두면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냄
●시장은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잠. 그런데 시장의 낮잠을 깨우는 것은 여성 비서가 해야 했음.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나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해당 일이 요구됨
●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이 비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이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봐" 등의 성희롱적 발언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잼. 피해자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으나 여성 비서의 업무로 부여됨. 박 전 시장은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에도 업무 지속
●이 사건 피해자는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함. 번번이 좌절된 끝에 2019년 7월 근무지 이동 후, 2020년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을 때 피해자가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사하겠다"고도 이야기했으나 인사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음
■성희롱·성추행의 잦은 발생, 원스트라이크 아웃 이상의 개선 필요
서울시에서 일상적으로 성희롱, 성추행을 경험했다는 피해 제보는 비단 이번 사안만이 아니다.
●회식 때마다 노래방 가서 허리감기, 어깨동무
●술 취한 척 '뽀뽀'하기
●집에 데려다 준다며 택시 안에서 일방적으로 뽀뽀하고 추행하기
●바닥 짚는 척 하며 다리 만지기
등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에 등장하는 사례가 서울시의 여성 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있었다. 서울시 정규직 직원은 앞으로 공무원 생활에서의 유·무형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비정규직 직원은 재계약, 재고용 등 일신상의 신분 유지 불안을 이유로 신고하기 어렵다.
비서실 직원은 성희롱 예방 교육에도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할 수 없었다. 비서실 근무자가 서울시청 내 '공식창구'로 문제를 신고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는 성폭력 사안 발생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으나, 지난 2020년 4월에 있던 행정직 비서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인권침해 신고 처리, 성희롱 성폭력 사안 대응 등에 대해서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보다 앞서 있는 정책과 매뉴얼, 처리사례 등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말할 수 없었던' 피해와 노동권 침해, 성차별적 성역할과 성폭력 등에 대해 어떻게 조사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사임한 전 서울시 별정직, 임기제 - 정치, 사회 '리더'들의 책임
이번 사안에서 박원순 3선 서울시장과 지난 수년 간의 서울시 행정, 사회, 정책을 만들어온 사람들은 다수 사임하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기간에 시행된 좋은 정책과 제도과는 별개로, 또 다른 측면으로 존재했던 성차별과 성폭력을 책임 있게 조사, 예방하려면 사임하거나 면직된 전 별정직, 임기제 역시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2020년 7월 이후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으로 가능한가? '박원순 정치'를 함께 이루었던 사람들은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책임을 통감하고, 성찰을 나누며,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가. 혹은 안희정, 오거든 등의 사건에서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은폐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2차 피해와 퇴행적 인식을 확산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 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7월 8일 피해자의 고소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연락을 취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에서 '책임'과 '사과'가 느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이다.
●너를 지지한다면서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며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
●너와 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친근감을 표시하며 "그런데 OOO은 좀 이상하지 않냐"며 특정인을 지목하는 일방적 의견 제시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면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고 피해자 압박
피해자와 지원단체는 피해자가 공무원으로서 일해 왔고 앞으로도 일해 갈 서울시가 그동안의 잘못된 문제를 확인하고, 더 성숙한 개선을 도모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위와 같은 상황은, 서울시가 15일 내놓은 대책을 통해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2020년 7월 16일 현재, 아래 사항을 요구한다
1. 경찰 수사의 지속 : 서울시 경찰청은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보전 및 수사 자료 확보를 하라
2.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등 책임있는 기관은 피해에 통감하고 진상규명 필요를 말하면서도 그동안 말해지지 않았던 경험과 고통을 말하는 '피해자'에 대해 '피해호소인' 등으로 호칭하며 유보적, 조건적 상태로 규정하고 가두는 이중적인 태도를 멈추라. 성차별적 성폭력에 대한 고발에 대해, 이를 불가지 상태로 보고 판단을 보류하는 퇴행적 대응을 중단하고,
3. '서울시 관계자'들은 언론에 피해자에 대한 일방적인 코멘트를 중단하고, 언론 인터뷰시 전 현직 직급과 부서를 밝히라
4. 언론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 사안을 발생시킨 구조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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