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중구와 성동구의 아파트 단지들. [이승환 기자] |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규제 강화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청약에서 소외되고 전세금 폭등에 좌절감을 느낀 2030세대가 '영끌' 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정부가 주택 구매 수요를 '투기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이들 소외된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형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평균 아파트값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6261만원(16.2%) 올랐고, 2년 전인 2018년 9월보다는 2억1751만원(21.6%) 상승했다. 부동산 대책이 쏟아진 최근 1년 새 상승세가 오히려 더 가파르다는 뜻이다.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5억1707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강남 11개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이달 6억295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로 △풍부한 유동성 △서울 등 수도권 공급부족 △거래를 옥죈 정부 규제에 대한 반작용 등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세대별로 보면 2030세대 '영끌 매수'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구매력을 갖춘 맞벌이부부나 전문직 등 젊은 세대 상당수는 가점이 낮아 '로또 청약'에서 소외되고 임대차법으로 전세 매물도 사라지자 갭투자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수도권 연령대별 주택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2030세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신용대출을 활용해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 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이들 은행에서 신규 취급한 개인 신용대출 금액은 27조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9조원)보다 38.5% 늘어났다. 이 기간 20대(3조원)와 30대(10조원)의 신규 신용대출 금액은 1년 전보다 각각 39.3%, 46.3% 늘어 전체 증가율을 넘어섰다.
임대차3법으로 인한 전세 매물 실종과 전셋값 폭등은 젊은 세대로 하여금 영끌 매수를 하도록 부채질하고 있는 핵심 요소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입주한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 전세금은 아예 분양가격을 웃돌고 있다. 은평구에서 지난 6월 입주한 DMC롯데캐슬퍼스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9일 보증금 6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분양가는 5억6000만원으로 그보다 4000만원이나 낮다.
전세 매물 기근 현상도 극심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월세 매물이 한 달 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든 자치구는 은평구(-65.5%) 강서구(-58.2%) 도봉구(-57.9%) 서대문구(-57.6%) 등 8개구에 달한다.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를 매수한 직장인 이 모씨(38)는 "새 전셋집을 찾다가 전세금이 너무 올라 사내 대출과 신용대출까지 활용해 집을 마련했다"며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다툼이나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를 접하면 무서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것만 해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청약 당첨 가점이 치솟으면서 2030세대가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도 영끌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68대1로, 조사를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실제로 잇단 규제로 인해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서 증시로 대이동하면서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30대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40세 미만' 응답자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월 131에 이어 9월에도 122를 기록해 여전히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현재 아파트 가격 상승은 철저히 30대 실수요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성이 공급 위주로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불안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