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페트병 수거하는 모습 / 사진=MBN |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분리수거함 한 켠에 마련된 투명페트병 전용함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일회용품 중에서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페트병을 따로 수거하겠다는 것인데요.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의 300세대 이상 아파트에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실시 중입니다.
오는 12월부턴 단독주택이나 소규모 빌라, 오피스텔 등에서도 확대 시행될 예정입니다.
<투명페트병, 어떻게 재활용될까?>
↑ 투명페트병 재활용 공정 / 사진=MBN |
분리배출된 투명페트병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우선 재활용 선별장으로 옮겨집니다.
선별장엔 아파트에서 수거된 투명페트병뿐 아니라 단독주택 등에서 유색 페트병과 함께 수거된 투명페트병도 쌓여 있는데요.
배출이나 운반 과정에서 이물질이 묻은 페트병을 일차적으로 선별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상태가 양호한 페트병은 납작하게 압축하고 나서 재활용품 가공업체로 옮기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재활용이 이뤄집니다.
가공업체에선 우선 페트병을 색깔별로 분류하는데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 기계가 투명, 흰색, 갈색 등의 색깔을 구분해 페트병을 각각의 라인으로 분류합니다.
그 다음 커다란 원통형의 기계에 들어가 뚜껑과 라벨 제거 작업을 거치는데요.
이어 잘게 분쇄된 뒤 세척과 비중분리, 재질분류 등의 과정을 거쳐 작은 조각 형태의 플레이크로 만들어집니다.
<투명페트병 7개면 반팔티셔츠 1장>
↑ 투명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 / 사진=MBN |
플레이크는 고품질 재활용의 원료가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의류 제작을 들 수 있는데요.
플레이크를 이용해 원사를 뽑아내고, 이 원사로 실을 만들어 옷을 제작하는 것이죠.
원사 제조업체에 따르면 통상 투명페트병 7개면 반팔티셔츠 1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투명페트병을 이용한 레깅스나 가방도 출시됐는데요.
의류 외에도 샴푸나 바디워시 등 각종 화장품 용기에 투명페트병이 활용되는 추세입니다.
<투명하지 않은 뚜껑…"분리해야 해? 말아야 해?>
환경부 출입기자로서 주변에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역설할 때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뚜껑을 분리하느냐, 마느냐?'라는 것인데요.
용기를 분리배출하면서 유색의 뚜껑을 함께 버려야 하는지 많이 의아하실 겁니다.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뚜껑을 닫고' 버리는 것이 맞습니다.
용기 부분은 플라스틱 중에서 말 그대로 페트(PET) 성분이지만, 유색의 뚜껑은 폴리에틸렌(PE) 성분인데요.
뚜껑을 닫고 버리더라도 가공 공정에서 뚜껑과 용기는 서로 분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일차적으로 원통형 기계에 들어가 분리 과정을 거치고요.
미처 분리가 되지 못하더라도 다음 단계에서 페트병은 미세한 크기의 조각들로 분쇄됩니다.
이어 '비중 분리'라는 작업이 이뤄지는데요.
잘게 나뉜 조각들을 물에 넣은 다음, 가라앉는 페트(PET) 성분의 용기와 물에 뜨는 폴리에틸렌(PE) 성분의 뚜껑을 분리하는 것이죠.
선별업체에서 뚜껑을 꼭 닫아달라고 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이물질 유입을 방지하기 위함인데요.
이물질이 묻은 경우 투명페트병일지라도 원사와 같은 고품질의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가정에서 페트병을 씻어 버리더라도 운반 과정에서 이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데 뚜껑이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운반 과정에서 부피를 최소화하려면 페트병을 최대한 찌그러뜨려야 하는데 뚜껑을 닫아 병이 다시 부풀어오르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 투명페트병 뚜껑은 닫아서 버려주세요 / 사진=MBN |
<투명한 테이크아웃 용기·과일 용기는 어디로?>
선별장에 가보면 투명페트병과 함께 무색의 테이크아웃 용기나 과일 용기가 버려진 것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투명페트병과 마찬가지로 무색이다 보니 많이 착각하시지만, 이들은 함께 버려선 안 됩니다.
흔히 '시트류'라고 불리는재질인데, 투명페트병에 비해 얇고 점도가 낮아 고품질의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테이크아웃 용기나 과일 용기는 투명페트병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배출하셔야 합니다.
<플라스틱 범람 시대…재활용에 대한 고민은 계속>
투명페트병은 플라스틱 재활용의 중심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엔 환경부와 국내 10개 생수 업체가 올해 말까지 출시되는 제품의 20% 이상을 무라벨 생수로 전환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는데요.
제품변질 우려로 유색 페트병을 고수해 온 맥주 회사들 역시 속속 투명 맥주병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친환경경영·
플라스틱 대범람 시대, 앞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은 어디까지 뻗어나갈까요?
플라스틱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고민,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에 소소한 기대를 걸어봅니다.
[ 강영호 기자 / nathaniel@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