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배 이상 상승했던 반도체 업종 대표지수인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이달 들어 힘을 받지 못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 손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고삐를 죌 것이라는 전망에 기술주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우크라이나 위기 등 지정학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공급 축소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14% 이상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나스닥과 뉴욕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 제조 관련 대표 반도체 회사 30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AMD 엔비디아 마이크론 퀄컴 인텔 등이 대표적인 지수 편입 종목이다.
특히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이달 대거 매수했다. 이들 서학개미들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인 SOXL을 이달 3~21일까지 1억7556만달러(약 2090억원) 가량 사들였다. 전체 해외 상장 종목 가운데 순매수 금액 기준 4번째로 큰 금액이다. 하지만 반도체 지수가 부진하면서 해당 ETF는 이달에만 39% 이상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 지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긴축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시 미국이 반도체 등 전략 물자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급 불안 등의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불거졌고 시점을 당길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반도체 업종은 다양한 산업의 기반이 되는 만큼 하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PC와 서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수요와 공급은 지난해 수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상장돼 있다. 20일 기준 순자산총액이 1조290억원에 이르는 타이거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 역시 이달 3~21일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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