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보살피는 금강송 테라피
왕의 나무 아래 먹고 자고 쉬다
‘울진의 오지’ 금강송면에 위치한 금강송 에코리움
왕의 나무 아래 먹고 자고 쉬다
‘울진의 오지’ 금강송면에 위치한 금강송 에코리움
“꼬불꼬불한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울진의 오지’ 금강송면에는 조선 왕실이 철저하게 보존해온 금강송 숲이 있다. 철도가 닿았던 태백이나 봉화에 비해 지금도 교통이 어려운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도 숲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곳. 수령 200년이 넘은 소나무숲 아래 1박 2일 동안 머무르며 웰니스 여행을 경험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안정과 치유가 있는 여행이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 금강소나무 숲 |
웰니스(wellness)란? ‘웰빙(well-being)’에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을 합친 용어로, 웰빙에 ‘활기’, ‘적극적인 건강 지향’의 개념을 더한 단어다.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더욱 각광받았다. ‘웰니스 관광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관광과 달리 건강한 일반인이 여행을 통해 온천·명상·요가·건강식 등을 경험하며 정신적·사회적·신체적인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데 목적을 둔 관광을 말한다.’(출처: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경북 지역 가운데 울진, 영주, 영양, 영덕, 봉화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웰니스 관광 클러스터로 선정됐다.
일상의 소란을 멈추게 하는 금강송 테라피
↑ 금강송 에코리움 치유센터 |
↑ 숙소인 수련동으로 가는 길은 차 없이 걸어 올라가야 한다. |
에코리움 리조트의 ‘리;버스(Re;Birth) 스테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노르딕 워킹, 차훈 명상, 자연 향수 만들기 외에도 1박2일 동안 금강송 테마전시관, 치유센터, 수련동, 금강송 숲길, 유르트(yurt: 둥근 천막), 스파, 황토찜질방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좌로부터)금강송 에코리움 본관 건물, 유르트(몽골식 원형 천막), 황토찜질방 |
차의 열기로 몸의 독소를 빼내다
“자, 모두 화장을 지우고 오세요!” 애써 화장을 하고 출발했건만 처음 만난 이들 앞에서 갑자기 민낯이라니. 차의 훈기가 올라오는 그릇에 얼굴을 묻은 채 명상용 수건을 뒤집어 쓰고 열기를 가두는 ‘차훈 명상’ 시간이다. ‘차훈(茶熏)’이란 찻잎의 훈기로 진행하는 명상 방법. “수천 년 전부터 중국 곤륜산 자락에서 신선도를 수련하던 수행자들이 불로장생을 추구하며 몸을 연마하던 수련 방법을 현대인에게 맞게 재정립한 양생 수련법입니다.”↑ 차의 훈기로 명상하는 ‘차훈명상’ |
↑ 차훈 명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
“평생 농사만 지었는데, 오늘 친구들과 이런 명상을 해보니까 내가 굉장히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70대 주부) “엄마 아빠랑 같이 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7세 어린이) 그간 아무렇게나 내버려뒀던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감싸 안아 보는 경험을 하고 나온 참가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보름달처럼 맑았다.
↑ 차훈명상 도구(좌), 금강소나무 솔잎가루 비누 만들기를 통한 자연 향 테라피(우) |
선베드에 누워 금강송의 사계절을 느끼다
리조트 내에 있는 금강송테마전시관에서는 금강소나무의 역사와 함께 4D 스크린 영상으로 금강송을 만나볼 수 있다. 해변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놓인 선베드에 누워 벽면 가득 펼쳐지는 금강송의 사계절을 감상한다. 꽃잎이 휘날리는 봄을 지나 물고기가 노니는 계곡을 비추는 여름의 금강송. 몽환적인 소나무숲 사이로 나타난 산양이 안개 사이에서 풀을 뜯고, 겨울이 되어 눈 덮인 숲속을 금강송은 꼿꼿하게 지킨다.↑ 영상으로 보는 금강송 |
조선시대에 선비들의 뮤즈는 소나무였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도 금강송이 등장한다. 소박한 집 한 채 너머 곧게 서 있는 소나무에 기대 있는 노송(老松). 후대 제자들을 바라보는 스승 김정희의 마음이었을까.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매우 닮은 일본의 국보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도 금강송으로 만들어졌다.
↑ 금강송을 벨 때도 산신의허락을 구하는 벌목 고유제를 지냈다. |
금강송은 단면을 잘랐을 때 안쪽에 보이는 심재가 넓고 나이테가 선명하다. “일반 적송(육송)보다 줄기가 좀 더 붉으며 곧고 길게 자랍니다. 단단하고 결이 고와 관재나 고급 건축재 등으로 쓰이죠.” 해설사는 왕의 생전에는 궁궐로, 사후에는 재궁으로 쓰임을 다했던 금강송은 현재도 문화재 복원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시대 재궁(임금의 관)을 만드는 데도 금강송을 썼다. |
소나무 계의 다이아몬드, 금강소나무 트레킹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오전 10~12시 숲길 트레킹에 나섰다. 소나무 가지 사이 걸려 있는 아침 햇살, 하늘로 쭉 뻗은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푸른 하늘. 멀리서 보면 녹슨 것처럼 보여서 애국가 속 ‘철갑을 두른 듯’하다는 금강소나무의 겉피가 눈에 띈다. 일제에 수탈되어 텅 빈 산을 채워준 리기다 소나무, 솔잎이 2장씩 모여 나는 이엽송도 객들을 맞는다. ‘야생동물이 출현하므로 지정된 트레킹 코스만 이용하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보인다.↑ 에코리움 리조트 내에 금강송 숲길 트레킹 코스가 있다. |
통유리 바깥으로 금강송이 바라다보이는 치유센터 테이블에 앉아 저염 건강식으로 조식을 먹었다. 어제 만들어둔 금강송 비누를 들고 숙소를 나온다. ‘스트레스가 많다’는 처방에 맞춰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향통차도 처방받았다.
↑ 금강소나무 숲길 트레킹에서 만난 금강송 |
Info
금강송 에코리움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십이령로 552(소광리 293-3)
※ 영주터미널과 울진/분천역에서 금강송 에코리움까지 프라이빗 픽업 샌딩(유료) 서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경북문화관광공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