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제약·바이오 사업에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식품 중심의 사업 성장이 내수 시장에서 포화에 다다르고 해외 경쟁도 치열해지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바이오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들어가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 (사진 오리온) |
앞서 오리온은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목표로 삼고 음료와 간편대용식, 바이오를 3대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바이오 사업만 놓고 보면 지난 2020년 10월 오리온홀딩스와 중국 산둥루캉의약의 합자 계약을 체결, 다음해 3월 산동루캉하오리요우라는 합자법인을 설립하고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 2상에 들어갔다. 900억 규모의 결핵백신 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2년 12월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단계에 들어섰다. 여기에 레고켐바이오 지분까지 인수하면서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회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ADC 항암 치료제 시장에도 한 발을 내딛게 됐다.
식품기업이 바이오에 힘을 쏟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역시 일찌감치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지 3년 만인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을 인수해 바이오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 천랩은 지난해 1월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꾸고 질병 진단과 치료, 신약 개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면역항암제, 장질환 치료제, 신경질환 치료제 등 15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상그룹도 바이오 사업을 전개 중이다. 2021년 바이오 기업인 ‘대상셀진’을 설립해 화장품, 의료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소재 등 바이오 소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지주사인 대상홀딩스가 항진균제 신약 개발 기업 앰틱스바이오와 총 75억 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맺었다. 앰틱스바이오는 미생물 감염병 및 관련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 개발 기업이다. 항노화 분야 의료미용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시작으로 항진균·항염증 등 면역 분야의 신약과 생체적합 신소재를 활용한 약물전달플랫폼 기술로 사업영역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다만 바이오 사업은 막대한 투자 비용에 비해 단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제대로 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길게는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의약품 개발과 상용화까지 가는 데 변수도 다양하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 탓에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 발표 다음날 주가가 폭락하며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오리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5호(24.1.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