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비’는 현대 사회가 ‘분초分秒’를 쪼개며 매우 바쁘게 살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선정한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단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가성비, 가심비에 주력했지만 지금 소비 트렌드는 소유에서 경험과 그 경험의 공유로 전환되었다.
↑ (사진 픽사베이) |
#2 일본에는 경제경영, 자기계발 서적 등을 10분 정도로 요약해 읽어주는 모바일 독서 앱 ‘플라이어’가 있다. 이 앱 구독료는 월 2,200엔(약 2만 원)이다. 이 앱 회원수가 2019년 50만 명에서 2022년에는 110만 명으로 증가했다. ‘오디오북재팬’의 이용자 수 역시 2019년 100만 명에서 2022년 250만 명으로 늘어났다. 보편적으로 ‘키키나가라’(‘들으면서’라는 뜻으로 책의 내용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책 읽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 것. 이 역시 ‘한정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이다.
#3 숏폼이 대세다. 지난해 11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유튜브 시청시간은 1,044억 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와 진행한 조사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4개국 Z세대 약 93%가 쇼츠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틱톡 역시 성장세를 기록했다. 원동력은 역시 ‘숏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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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의 활용
이제 영상을 빨리 감기로 보고, 책 한 권도 10분이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역시 이제 몇십 초 만에 하이라이트와 결말까지 알 수 있는 숏폼으로 대체된다. 이는 잘파(z+알파)세대에 국한된 예가 아니다. 전 연령층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들의 미디어 소비는 그 시간과 호흡이 대단히 짧아지는 추세이다. 해서 주말드라마 18부작, 본방 시청이면 9주가 걸리지만 지금은 ‘빨리 감기 정주행’으로 불과 몇 시간 만에 전작을 모두 시청한다. 이는 바로 시간 대비 성능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時성비’이고 이 시성비는 소비 트렌드의 주류가 되었다.↑ (사진 픽사베이) |
홀로 살기와 단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가성비, 가심비에 주력했지만 지금의 소비 트렌드는 소유에서 경험과 그 경험의 공유로 전환되었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주어진다. 이 한정된 24시간 안에서 더 효율적이고, 실패 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경향이 더 짙어졌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가성비를 뜻하는 ‘코스파Cost Performance’ 시대에서 이제는 ‘타이파Time Performance’ 시대라고 한다. 작가 이나다 도요시의 저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그는 ‘빨기 감기’의 이유로 ‘타이파’를 예시로 들었다. 즉 보고 싶고, 봐야 할 콘텐츠는 무궁무진한데 그것을 전부 ‘경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현대는 SNS를 통해서 대화, 즉 경험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타인과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빨리 감기 타이파’가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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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한다’보다 ‘무엇을 했다’가 더 중요하다
Z세대의 모니터는 M세대의 모니터와 다르다. Z세대는 데스크탑과 노트북, 탭과 스마트폰을 동시에 사용한다. 또 모니터에는 많은 ‘창’이 열려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어폰을 사용한다. 업무를 처리하며 SNS를 확인하고 음악도 듣는다. 이는 Z세대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들에게는 한정된 시간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빠름’에서 뒤떨어지는 소비 패턴인 것이다.↑ (사진 픽사베이) |
↑ (일러스트 픽사베이) |
또 하나는 소비를 위한 선택, 과정이 목적이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즉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 대신 이미 증명된 것을 따라하면서 ‘나도 했다’는 소비 경험을 결과로 얻는 것이다. 해서 이제는 유명한 핫플이나 맛집 앞의 웨이팅도 이용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바로 식당 예약 앱이다. 마이크로밀 엠브레인 패널빅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예약 어플 캐치테이블, 테이블링은 2022년보다 각각 122%, 48% 성장했다. Z세대는 앱으로 예약하고 웨이팅 시간에 쇼핑을 한다. 기다리는 시간을 역시 아껴서 다른 것을 위해 그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 픽사베이) |
시성비 시대, 이는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속성에 딱 부합된다. 누구에게나 유일 공평하게 주어진 자원인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는 현상이다. 이는 21세기 들어 경제위기와 경기침체 그리고 팬데믹의 경험이 초래한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감’에 쫓기는 젊은 세대의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 없어지는
[글 권이현(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이미지 픽사베이]
[참고 및 인용 『트렌드 코리아 2024』(김난도 외 10인 지음/ 미래의 창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6호(24.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