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진행 : 김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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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시간 : 매주 월~금 오후 7시 20분

2023.05.25

[김주하의 '그런데'] 물도 새고 돈도 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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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4월 8일 새벽, 서울 마포 창전동에 있던 와우아파트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서울시가 지상 5층, 15개 동 규모로 시민아파트를 준공한 지 석 달 만에 그 중 한 동이 내려앉은 건데 가파른 경사 밑에 있던 판자촌까지 덮치며, 결국 30명이 넘는 주민이 숨지고 40명이 다쳤죠.

    무리한 불도저식 개발과 낮은 공사비 책정, 허술한 기초공사, 짧은 공사 기간 등 총체적인 부실이 낳은 충격적인 참사였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6개월 전 완공돼 핵심 부처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으로 가보죠.

    말 그대로 새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빗물이 새고, 벌써부터 올여름 집중호우나 장마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또, 마감이나 도장 불량은 애교 수준,
    출입문과 창문이 닫히지 않거나 엘리베이터는 있는데 이걸 불러올 버튼이 설치되지 않은 일도 있었으며, 휴게실이나 샤워실에 조명 스위치가 없어 불을 켜거나 끌 수 없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죠.

    지금까지 드러난 하자만 무려 2천6백63건인데, 이 건물을 짓는데 총사업비 3천4백52억 원이 들었으니 공사비를 1억2,900만 원 쓸 때마다 하자 1건이 생긴 꼴입니다.

    이 중앙동 건물은 부처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직원 2천8백명이 근무하는 곳이라 단지 내에서도 '갑 빌딩'이라 불리는 곳인데, 여기서까지 버젓이 부실시공을 할 정도라면 시공업체가 단단히 간이 부었거나 아니면 공무원들이 관리 감독을 느슨히 했거나, 이도 아니면 시공업체가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행정안전부는 이달 말까지 보수를 완료하겠다는데, 이건 돈 아닙니까.

    국민 혈세가 아니라 공직자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건물을 지었다면 모르겠지만, 아니잖아요.

    비가 줄줄 새는 공직사회를 바라보며 국민은 또, '염치'란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물도 새고 돈도 새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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