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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국내 최대 규모의 쪽방촌인 서울역 앞 동자동 일대를 재개발해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한 지 3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업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데요.
소유주 일부가 민간개발로 추진해야 한다며 반발하기 때문인데,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쪽방에서 84명의 주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배준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흰 장갑을 낀 채 영정사진을 든 쪽방 주민들이 거리에 나섰습니다.
3년 전 정부가 서울역 쪽방촌 일대를 공공개발해 쪽방촌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진전이 없다며 신속한 추진을 촉구합니다.
▶ 인터뷰 : 김호태 / 쪽방촌 주민
- "3년 동안 국토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84명의 주민은 건강 악화로 죽어서 동자동 쪽방촌을 떠났습니다."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사이 쪽방 주민들은 창문도 없는 방에서 벌레와 싸우며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 스탠딩 : 배준우 / 기자
- "이 층에 거주하는 주민 9명이 화장실 1개를 함께 써야 합니다. 쌀을 씻거나 설거지도 같은 공간에서 해야 하고 누군가 화장실을 쓰고 있으면 씻지도 못합니다."
3년 전 문재인 정부는 쪽방촌을 땜질식으로 고쳐주는 대신 임대주택 1,450가구를 공급해 쪽방 주민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소유주들이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반발하며 민간개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조성빈 / 동자동 소유주 단체 대표
- "쪽방 건물은 (동자동의) 일부분이에요. 쪽방 건물이 몇 개 있다고 해서 이렇게 강제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죠."
이처럼 사업이 공전하는 사이 한때 부푼 꿈을 키웠던 쪽방촌 주민 중 84명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국토부가 토지와 건물 소유주들도 아파트 분양권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지만 소유주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쪽방의 추운 겨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MBN뉴스 배준우입니다.
[ wook21@mbn.co.kr ]
영상취재 : 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