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김혜수, 송윤아, 황정민, 이선균, 한고은, 김민정 등 프로그램을 거쳐간 배우들만 모아도 거의 영화제 수준이다. 그들이 한 일? 1박 2일 동안 먹고 놀기, 그리고 시골 이웃과 함께하기. 유명 MC가 나오는 초절정 인기 예능 프로그램 얘기가 아니다. 바로 일요일 오전 8시에 전파를 타는 SBS ‘잘 먹고 잘사는 법-식사하셨어요?’(이하 ‘잘 먹고 잘사는 법’)이 그 주인공이다.
‘잘 먹고 잘사는 법’은 다른 오전 프로그램과 달리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여기에 시끌벅적한 내용이 아닌 교양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여행 콘셉트는 또 하나의 반전 매력이었다. MC 이영자, 임지호의 편안한 진행은 톱배우들의 진솔한 얘기들을 이끌어내는 데에 적합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이런 요소들이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빚어내는 게 이 프로그램만의 장점이었다.
시작은 지난 4월부터였다. 전신인 ‘잘 먹고 잘사는 법’ 시즌1이 스타의 집을 방문하거나 양희은 등 몇몇의 MC가 시골 농가를 찾는 형식을 취했다면, PD가 교체 투입된 이번 시즌부터는 게스트 한 명을 초대해 1박 2일간 여행하면서 자연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이웃 한 명에게 대접도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평일 심야 교양프로그램 형태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건 지난해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방랑식객-식사하셨어요?’가 모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출과 제작을 맡은 박혜경 PD는 KBS1 ‘인간극장’ 출신다운 인간미 넘치는 연출력으로 프로그램 바탕을 깔고 있었다.
그렇다면 화려한 섭외력과 감각적인 구성력은 대체 누구로부터 나온 것일까. 박혜경 PD는 섭외력의 진원지로 ‘방랑식객’ 임지호와 첫 번째 게스트 김혜수를 꼽았다. 그는 “파일럿 프로그램일 당시 이휘재와 임지호, 김혜수가 MC를 맡았다. 당시 김혜수가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정규 프로그램이 확정됐다고 알리자 주저없이 첫 번째 게스트로 나서겠다고 하더라. 정말 감사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혜수만으로 3회 분량을 채웠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색깔이 확보됐다. 이후 송윤아, 유선 등으로 라인업이 채워졌다. 그 중에는 임지호에 대한 존경이 강해서 나눔의 현장을 함께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무엇보다도 출연자들이 누군가에게 뭘 해주는 것이 행복하다는 걸 진심으로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그램 곳곳에서 게스트들의 진솔한 면모가 묻어났다. 여배우들은 진한 화장에서 벗어나 이웃들의 얘기에 울고 웃었으며, 남자 배우들도 평범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이영자의 친근한 진행과 임지호의 맛깔스러운 요리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이 모든 게 어우러져 ‘잘 먹고 잘사는 법’만의 독특한 색깔이 완성됐다.
여기에서 재밌는 건 임지호의 ‘자연 밥상’은 레시피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저 이웃의 얘기를 듣고 그에 맞는 음식을 즉석에서 만든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물론 제철 재료라던가 그 사연에 맞는 재료를 미리 준비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변수가 많다. 생선을 준비해가도 만약 촬영 당일 상대가 갑자기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요리가 바뀌기 때문. 남은 재료는 제작진을 위한 요리로 활용된다. 이런 임기응변이 가능한 건 바로 임지호의 풍부한 식견 때문이다.
박 PD는 “임지호가 한약사 아버지 밑에서 자라 약재에 관한 지식이 많다. 거기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우리 먹거리를 연구했기 때문에 어느 레시피든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노하우들이 축적돼 있다”며 칭찬했다.
촬영은 1박 2일이지만 제작까지 총 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회의 끝에 선정된 여행지를 미리 답사하고 아이템이 생각과 다를 경우 여행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아이템을 바꾼다. 촬영 후 바로 시사를 하고 자막과 음악을 덧입히는 과정이 진행된다. 총 35~40명이 투입돼 정신없이 진행되는 과정이 쉬지도 않고 매주 이어지지만 늘 한결같이 75분 방송 분량을 메울 수 있는 건 바로 ‘힐링’때문이었다. 박 PD는 “굉장히 지치고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임지호 등 출연자들이 제작진과 어울려 음식도 해먹으면서 ‘힐링’을 얻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고마운 성원을 받아 힘이 나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제작진의 가장 큰 원동력은 하나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 가운데 상처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띠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