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 혹은 내 가까운 주변의 이야기인데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도발적이 아닌 며느리들이 온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들이 그 주인공이다.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M라운지에서 MBC 교양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연출 박지아 김대범 신윤화 이건희)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대한민국의 가족 문화를 일명 ‘전지적 며느리 시점’에서 관찰, 자연스럽게 대물림되고 있는 불공평한 강요와 억압이 ‘이상한 나라’에 벌어지고 있음을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 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영백 부장은 “연초 콘텐츠 협력센터에서 외주제작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기획안을 공모했다. 138개의 상당히 좋은 기획안 중 이번 프로그램을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영백 부장은 “저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사람 사이에 서열을 매긴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나이, 직업, 경제력 등을 확인한 뒤 순서를 매기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 차별이라는 것은 뿌리가 너무 깊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며느리라는 게 너무 서열화 돼 있고 중첩돼 만나는 꼭지점 같은 게 아닌가 싶다”고 며느리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며느리 문제는 이 시대에 풀어가야 할 당위이기도 하고, 소구력 있는 대중이 관심 갖고 들여다볼 만한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기획안이 등장해 MBC 내부 의견과 제작사 의견이 잘 맞는 부분이 있어 제작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제작사 ㈜스튜디오 테이크원 박지아 본부장은 “미혼의 스물 여섯 여성이 웹툰 ‘며느라기’를 추천해서 처음 접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고 시선 자체가 신선하다 생각했다. 유부남 PD에게도 그 웹툰을 보여줬더니 그들이 오히려 더 분개하더라. 그들도 스트레스라며 폭풍 공감 하더라”고 말했다.
‘며느라기’뿐 아니라 영화 ‘B급 며느리’에서도 모티브를 얻었다는 박 본부장은 “평범한 가정이라 진부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니 많이 배우게 된다고 하지 않나”며 “’B급 며느리’ 같은 혁신적인 가정을 찾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아주 일상적인 가정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기본적으로 ‘며느리 중심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문제에 대한 인식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 상황을 ‘던진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어떤 걸 분석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계속 보여주는 게 기획가, 연출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진단이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차차 풀어져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회에서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 반응들에 초점을 맞춰서 편집해나갔다. 2, 3회에 가면 전문가 진단과 아들, 시댁의 시선까지도 계속 발전해 나아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고부갈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지난 십수년 간 많이 있었다. 미세하게는 많이 공을 들였지만 기존 프로그램들과 비슷하게 비춰진다면 유감스럽다”면서도 “결코 ‘화목한 가족을 위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고, 그렇게 비춰지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 여성 문제, 가족 문제, 서열 문제가 겹친 꼭지점이 며느리인데, 그걸 소재로 삼다 보니 결국 시댁과 며느리로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며느리 관점에서 바라본 시부모의 모습에 다소 불편한 지점이 발생할 여지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시부모님들은 방송 보시면 좀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걱정 되기는 한다. 출연 제안을 할 때 ‘고부 사이를 보고 싶다’며 설득했다. 리얼리티가 워낙 학습되어 있는 상태다 보니 섭외할 때 큰 거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부모님들도 이걸 보면서 발끈하는 것도 있겠지만 나의 행동들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내가 다르게 행동하고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분명한 건, 객관적인 사실로서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고 그런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본부장은 “결혼은, 환상만 갖고 간다. 하지만 그 밑에 도사린 암초들을 못 보고 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알고 가면 피해 가거나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테면 불효자였던 아들들이 갑자기 굉장히 효자가 되어 그 효자 노릇을 아내에게 시키려 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박 본부장은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의식을 갖고 시작하는 게 결혼 생활에 훨씬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B급 며느리’처럼 교육용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성후 부장은 “미투를 비롯한 페미니즘 이슈 속 적절한 타이밍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집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프로그램이 되겠어? 싶으면서도 막상 보면서 발암을 느꼈다면 페미니즘 이슈 속 적절한 아이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재미도 있으면서도 더 좋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권오중, 이지혜와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오는 12일, 19일, 26일 오후 8시 55분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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