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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저희 MBN이 사흘 동안 T-50 전투기의 사출 좌석의 문제점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해 드렸는데요.
그러면 취재기자와 함께 취재시작부터 보도하기까지 그리고 보도가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서정표 기자, 고생 많으셨습니다. 취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질문1 】
이번 보도 어떻게 시작됐나요?
【 기자 】
저희 취재팀이 보도해 드렸듯이 고 김완희 소령이 숨진 근본적인 이유는 사출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1차 조사 결과 발표에는 이러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정비 불량이 그 원인이었죠. 하지만 그건 기체 추락의 원인이고요.
전투기는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상탈출을 하게 돼 있는데 사출이 안 된 겁니다.
왜 안 됐을까, 점화선은 왜 끊어졌을까, 취재는 거기에 대한 의문점을 안고 시작됐습니다.
화면 보시면, 저희가 만든 그래픽인데요.
랜야드 케이블, 점화선이 끊어진 게 보이시죠.
또, 사고가 있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정비 총 책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는데요.
그런 의문을 갖고 지난해 8월부터 취재를 시작했고요.
공군본부와 카이 그리고 사출 좌석을 만든 영국의 마틴 베이커 등을 취재하게 됐습니다.
【 질문2 】
서 기자, 그럼 당시 정비사들은 처벌을 받았나요?
【 기자 】
당시 사고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3명입니다. 모두 정비사들인데요.
직접 정비를 담당했던 노 상사는 군사재판에서 징역 1년에 선고유예 1년 6월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공군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군검찰이 이 세 명을 기소한 혐의가 과실에 따른 군용물손괴혐의라는 겁니다.
즉, 정비를 잘못해 전투기가 파손됐다는 혐의인데요.
조종사가 숨졌으면 당연히 업무상과실치사가 적용돼야 하는데, 손괴를 적용한 겁니다.
이 말은 곧 사고의 책임이 조종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카이 측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죠.
군검찰도 고 김완희 소령의 사망은 탈출 좌석의 결함으로 결론 내고, 정비사들에 대한 과실 치사 부분은 정비사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질문3 】
서 기자, 그렇다면 카이를 형사처벌할 수 있나요?
【 기자 】
네. 바로 그 부분이 핵심인데요. 법조인들에게 취재해 본 결과, 업무상과실치사로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카이가‘주의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의 여부입니다.
유사시에 탈출하기 위한 사출 장비가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인 만큼 사출 좌석에 대한 주의 의무를 카이가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가 관건입니다.
고도의 '주의 의무'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저희가 지적했듯 케이블이 끊겨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잖아요.
사출과 관련해 충분한 실험을 했는지도 주요 쟁점입니다.
【 질문4 】
이번 기획보도를 보면, 취재 과정이 상당히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MBN 보도가 갖는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공군과 카이 그리고 유족, 민간 항공 전문가 등 저희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팩트 확인을 하고 취재를 했습니다.
그런데 군 특성상 워낙 폐쇄적이고 정보가 쉽게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취재가 여의치 않더라고요.
유족을 만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보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하루하루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었고요.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카이 취재였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할 때 마다 '국익'을 내세우며 설득하려 했기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카이는 이미 인도네시아에 T50 16대를 수출했습니다.
앞으로 수십, 수백 대의 항공기를 해외에 수출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 거죠.
카이 측으로서는 지금이 항공우주산업 발전의 중요한 도약기인데요.
저희도 바로 이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칫 저희 보도로 해외 수출길이 막히고 국익에 해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출 좌석의 문제점을 취재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죠.
전투기 한두 대 더 해외에 많이 판매한다고 국익이 아니라는 겁니다.
국내에서 사출 문제로 조종사가 숨지고, 전투기에 문제가 있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항공기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완벽에 가까운 사출 시스템을 만들고,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진정한 국익이라고 저희 취재진은 생각합니다.
고 김완희 소령을 비롯한 수많은 조종사와 정비사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출 점검의 필요성을 보도를 통해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 질문5 】
앞으로 해외에 카이가 만든 항공기 수출을 많이 할텐데요? 이번 보도로 수출에는 지장이 없을까요?
【 기자 】
현재 국내에 있는 T-50 전투기 80여대의 사출 점화선은 보도에서도 지적했듯 벨크로, 이른바 '찍찍이'로 개선이 됐습니다.
탈출 시스템이 보다 완벽하게 개선이 됐기 때문에 수출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오늘로서 T-50 사출좌석의 문제점에 관련한 기획보도를 마치는데요.
앞으로 또다시 전투기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전혀 다른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하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추가 보도를 할 생각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