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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세월호법 처리를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은 역시나 바람으로 그쳤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국회가 아닌 콩밭에 가 있는 듯합니다.
여권은 세월호법 처리는 미룬 채, 민생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고, 야권은 세월호법 처리를 강조하며 민생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오만한 여권과 무능한 야권을 중재한 제3세력도 없습니다.
그저 시간만 흐를 뿐입니다.
그런 국회에 대해 국민의 따가운 추석 민심이 전해진 탓인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오늘 세월호법 처리를 이번주까지 끝내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양당 원내대표께 말씀드린다. 두분이 모든 재량권 가지고 마지막 협상을 이번 주말까지 합의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양당 의원총회는 이 합의를 무조건 추인해서 국회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 이 과정에서 3자 개입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김 대표는 이번주말까지 세월호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단독 국회를 열어서라도 민생 경제법안을 분리처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유족들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을 믿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눈물 흘리면서 사과했고, 국가대개조 통해 확실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 국가가 유지될 수 없다. 유가족 여러분, 간절하게 부탁드린다.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을 믿읍시다."
그동안 세월호법 처리는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던 김 대표가 직접 나선 이유가 뭘까요?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판했던 김 대표가 갑자기 부드러워진 이유는 또 뭘까요?
이런 사적인 궁금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세월호법 처리가 더 시급한지라 김 대표의 말이 어떻게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달될 지가 더 궁금합니다.
일단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또 박영선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을 뒤집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이것이 2차 합의안에 대한 거부인지, 유보인지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나 의원들, 저 자신이 혼돈을 느끼고 있다. 거부하는 것인지 유보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협상책임자인 내가 판단이 안 선다는 얘기이다."
야당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여당 원내대표도 어쩔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성과 없이 시간만 그저 흐르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다른 법안을 새누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김무성 대표의 의견과 같습니다.
세월호법 처리의 열쇠를 집권여당이 쥐고 있는데도, 마치 야당이 쥐고 있는 것처럼 모는 것 은 아닐까요?
야당은 더 답답하고 심지어 한심하기까지 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지금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을 눈 딱 감고 해결해야 한다. 국민 모두를 위한 법이고,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서 안정망 구축하기 위한 모두의 법이다. 여당을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이 청와대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청와대가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비겁한 것이다."
야당은 그저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통크게 나와주길 바라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습니다.
여당을 압박할 수단도, 또 그런 논리와 능력도 부족합니다.
장외투쟁을 압박수단으로 선택했지만, 민심은 더 싸늘했습니다.
민생 경제법안을 처리하라는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야당으로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야권의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고, 결국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오늘 까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고 새정치 거듭나기 위한 목적에서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씀 드릴 수 있고 또 한가지 어떠한 분이냐? 정치와 정당 개혁에 학문적 이론 갖추고 계신 분이고 현장정치에도 굉장히 높은 분을 영입 추진하고 있다고..."
외부에서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모신다고 하니 적어도 문재인 의원이나 박지원 의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 의원 주변에서는 비대위원장과 당권 도전 얘기가 심상치 않게 나왔지만, 박 원내대표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진보진영 학계나 고위 관료 정치인 출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온다고 무능한 야당의 모습이 확 바뀔까요?
당내 지분이 없는 외부인사가 오면 당내 계파 싸움에 휘말려 유명무실하게 얼굴 마담만 하는 경우를 자주 봐 왔던 터라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각 계파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집단지도체제를 꾸리는 건 어떨까요?
이완구 원내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오늘 다시 만날 예정이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만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 그 사이에서 세월호법은 당분간 더 표류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 단독국회라도 열리면 그 오만과 무능은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촌극을 다시 국민 앞에 연출시킬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가라앉는 걸까요?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