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정계개편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는데, 이 소식 취재한 황승택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질문 1)
이른바 침묵하던 다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답)
그렇습니다.
열린우리당 중진그룹 '광장'과 초.재선 의원 '처음처럼'의 일부 의원 12명이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개최했습니다.
당내에서 이른바 중도파로 꼽히는 세력인데, 내일은 모임에 소속된 의원 전원, 약 50명이 점심을 함께 하며 뜻을 모읍니다.
이들은 내친 김에 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작업까지 펼칠 계획인데, 적어도 100명의 서명을 받아내겠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초재선 의원 그룹은 누가 누구의 서명을 받을지까지 지정해 놓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명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른바 침묵하던 다수가 당내 대세를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2)
이들의 요구사항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뭡니까?
답)
한마디로 전당대회에서 모든 걸 결정하자, 대신 그 전에는 당내에서 서로 싸우지 말자는 것입니다.
신당파를 향해서는 통합신당 논의가 국민적 명분과 원칙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대신 당 사수파를 향해서는 즉각적인 비대위 해체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습니다.
양측에 모두 비판적인 시각인데, 반면 양측 모두의 주장을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모든 걸 논의하자, 이 내용은 당 사수파의 주장을 수용한 것입니다.
대신 전당대회 준비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하자, 이 부분은 신당파의 손을 들어준 대목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신당파와 당 사수파 모두를 동시에 비판하고 동시에 수용함으로써, 어느 쪽도 대놓고 중재안을 거부하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질문 3)
신당파와 당 사수파는 익숙한 흐름인데, 중도파, 아직까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세력인데요?
우선 당내 정계개편을 바라보는 움직임부터 정리를 해보겠는데요.
열린우리당의 흐름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움직임은 통합신당파입니다. 김근태 현 의장과 정동영 전의장 천정배 의원을 포함한 대다수의 그룹이구요. 이른바 당사수파는 의원들 숫자로 따지면 20여명 가량인데요. 개혁당 출신의 참정연, 친노 의원들인 의정연구센터,조기 대선후보 선출을 주장하는 신진보 연대 그리고 다소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부분이 중진모임인 광장과 초선 모임인데요.
하지만 이 세그룹의 입장이 조금씩은 다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는 통합신당파와 중도파는 내년 2월을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당사수파는 현 지도부를 최대한 빨리 해체하고 전당대회를 조속히 개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당대회 준비 주체 역시 당 사수파는 새로운 모임이 전당대회를 준비하자는데 반해 신당파와 중도파는 현 비대위가 주도하라는 거구요.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선출 방식도 합의 추대와 선명한 투쟁등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세력이 당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기위해 치열한 세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4)
지금까지는 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대립을 보는게 여당내 정계개편 논의를 보는 관전 포인트였는데, 앞으로는 좀 달라지겠군요?
답)
지금까지의 여당내 갈등은 당장에라도 갈라설듯이 진행됐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적어도 2월까지는 '갈라선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2월, 구체적으로 2월 25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일각에서는 2월초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여튼 2월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데 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국회가 끝나면 비대위에서 구성하게 될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어느 계파가 몇명 들어가느냐를 놓고 한바탕 입씨름이 예상됩니다.
전당대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 사실 이에 진짜 어려운 숙제인데, 현재 중도파는 이 부분은 공란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당내 여러 세력이 합의를 이뤄야 할 부분이라는 것인데, 그만큼 다툼의 여지가 큽니다.
신당파는 당초 당 해체 또는 합당을 공식화하는 자리로 전당대회를 생각한 반면, 당 사수파는 재창당의 장으로 만들려 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대립의 와중에, 현실적으로는 '정계개편 논의를 주도해 나갈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자리' 정도의 성격 규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이 경우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당에 복귀해 관리형 당의장이 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한길 원내대표의 도전 가능성도 점쳐졌는데, 최근 사석에서 당권 도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의장 합의추대 시나리오도 설득력있게 제기됩니다.
다만 이 모든 흐름을 뒤엎을만한
노무현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이런 물밑싸움 국면은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김근태 의장의 거취도 문제인데, 가능성은 낮지만, 갑자기 의장직을 내던질 경우 그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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