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1일 목동 잠실 송파 등 5개 시범지구의 행복주택 물량을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이는 '빅카드'를 꺼내들었다. 주민 반발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대로 계속 두다간 시일만 계속 질질 끌 뿐 박근혜정부의 핵심 대선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에 전혀 속도가 붙지 않을 것이란 비판을 의식한 대책이다. 국토부는 시범지구 행복주택 규모를 절반 이하로 대폭 축소하게 되면 교통 정체, 학급 과밀화, 임대시장 충격 등 지역 주민의 우려 사항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주택 공급 축소로 마련된 여유공간에 공원, 자전거 도로 등을 확충하게 되면 기존 주민도 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지역 주민은 '반대' 입장을 계속 고수해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신정호 목동 행복주택 건립 반대 비대위원장은 "사업대상지 총 10만2300㎡에서 빗물펌프장 1~3호기를 빼고 혐오시설 등을 제외하면 어차피 가용 용지는 절반인 4만6200㎡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국토부가 마치 우리 요구를 수용해 가구 수를 줄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주택 지구 지정 추진을 정부가 마냥 밀어붙이기 부담스러운 이유 가운데 또 하나는 내년 6월로 닥쳐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다. 주민 여론 악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행복주택안을 덜컥 받아들이길 주저한다는 속내까지 겹쳐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날 행복주택 규모 절반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구 지정 등 실제 사업 추진까진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지역 주민의 동의가 가장 중요한데도 정부가 문제를 너무 쉽게 본 것 같다고 지적한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민의 감정이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 상태라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복주택 입주대상이 저소득층이 아니라 사회초년생, 대학생, 예술인, 신혼부부들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 탓"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일단 오는 16일 주민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역대 어느 정권이든 공공임대주택 건립 과정에서는 많은 마찰이 발생했다"며 "주민 반대가 워낙 심해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개 시범지구 주민은 오는 19일 세종시에서 행복주택 사업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