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시가 각종 변수로 종잡기 힘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 외국인의 변덕스러운 매매, 연말 배당을 노린 투자의 청산 움직임 등 각종 변수가 뒤엉켜 주가 향배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엔저 등 기존 변수들도 언제든 국내 증시에 타격을 입힐 악재로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어서 투자심리가 향후 수개월간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6.16포인트(0.32%) 오른 1959.44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체 시가총액의 약 1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8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약세가 예상됐다. 개인(-577억원), 기관(-471억원), 금융투자(-675억원), 보험(-334억원) 등 대다수 투자 주체들이 주식 매도에 나섰다.
이처럼 외국인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는 나름 선방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며, 지난달 24일부터 6거래일 동안 10% 하락한 주가에 이미 이 같은 우려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것. 결국 소문에 팔고 뉴스에 사는 매매에 따른 상승일 뿐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이번 어닝 쇼크로 곧 본격화될 실적 시즌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팽배해진 만큼 다음달 중순까지 코스피가 하방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가 1900 초반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전망부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920~1940을 지지선으로 오르내릴 것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특히 건설, 조선 등 저가 수주 여파에 따른 어닝 쇼크가 빈번했던 업종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 삼성전자 잠정 실적이 예상보다 20%가량 빗나갔다"며 "천하의 삼성전자가 이럴진데 운송, 조선, 건설 등의 실적은 30~40% 이상 전망치를 밑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엔저에 대한 부담도 작년 6월에 비해 작지 않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부담이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이 상당한 만큼 코스피가 1950 아래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야를 좁혀 보면 올해 첫 옵션 만기일인 9일 지난해 말 배당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일거에 청산되면서 지수가 한 차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마지막 선물ㆍ옵션 만기일이었던 지난달 12일 이후 연말까지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는 차익과 비차익거래를 합쳐 총 2조5713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프로그램매매는 매도세로 전환돼 △2일
특히 지난달 선물ㆍ옵션 만기일 이후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의 절반가량이 단기 성향으로 분류되는 증권사(금융투자)에서 흘러나온 자금으로 추산되는데 증권사들이 남은 2거래일 동안 4000억~5000억원가량을 옵션 만기일까지 집중 매도할 가능성이 높아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