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3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저평가되고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일부 종목은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분율을 높인 종목이 여럿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칼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4.6%포인트, 4.14%포인트 높아졌고, 코스맥스의 외국인 지분율도 3.48%포인트 상승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초 출범한 한진칼은 저가 항공(진에어)-여행ㆍ레저(토파스여행정보, 한진관광, 제동레저, 정석기업)-호텔(칼호텔네트워크) 등 자회사들이 보유한 자산가치와 향후 성장성이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시장에 충격을 준 삼성엔지니어링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측면에서 외국인들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말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작년 4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화장품 연구 개발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업체인 코스맥스는 매출이 해마다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경쟁사인 한국콜마도 외국인들이 꾸준히 사들여 올해 들어서만 지분율이 1.71%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진 종목 '톱10' 가운데 IT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LG디스플레이가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단 이틀만 빼고 LG디스플레이를 순매수했을 정도다. 올해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다 교체 주기가 온 TV시장 성장세 때문에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나리란 전망 때문이다. 또 LG디스플레이가 부품을 공급하는 애플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따른 수혜도 예상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주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탓에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 지난해 말 자구계획 발표 이후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외국인들이 꾸준히 사들인 종목 '톱10'에는 내수주가 4개나 됐다. 외국인들은 LG패션 지분율을 2.57%포인트나 올렸고 AJ렌터카, GS리테일, 휠라코리아 지분율도 1.7%포인트 이상 높였다. 렌터카 업계 2위인 AJ렌터카에 대해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 기준 기업가치/세금ㆍ이자 지급 전 이익(EV/EBITDA)은 3.1배로 해외 업체 평균인 5.8배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진 '톱10' 종목 가운데 7개는 올해 들어 주가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 4일까지 상승폭은 한진칼(37.5%)과 AJ렌터카(17%)가 돋보였다. 반면 LG패션(-13.65%)과 GS리테일(-10.18%)은 주가가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경우 외국인들 매매 패턴을 참고할 때 거래대금 기준보다는 지분율 기준으로 들여다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상위권에 있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국내 기관투자가도 많이 거래하는 종목들인 데다 기관과 외국인이 반대되는 매매 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주가가 올라갈지 내려갈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