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우리은행이 3천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줬는데요.
하지만 '노노갈등'이나 임금인상 등 풀어야할 숙제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 고용시장의 영원한 딜레마라 할 수 있죠. 금융권의 비정규직 문제를 김수형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카드 콜센터 근무만 8년차인 베테랑 상담원 박선희씨.
전화기 너머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지만, 요즘 일할 맛이 절로 납니다.
오는 3월이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매년 재계약을 할 때마다 피를 말렸지만 이제 그런 고민을 안해도 됩니다.
인터뷰 : 박선희 / 우리은행 카드콜센터 상담원 - "먼저 가장 기뻤죠. 근무를 굉장히 오래했는데 1년마다 한번씩 계약서를 쓴다든지 기본적인 요건들에 있어서 불안정한 느낌이 아무래도 있었거든요."
다른 직원들도 요즘 일하는게 즐겁습니다.
재계약에 실패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줄다보니 업무효율성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인터뷰 : 현동호 / 우리은행 부부장 - "아무래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니까 직원들이 매우 안정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복지도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직원들이 매우 좋아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죠."
지난해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외부의 부담스런 시각에도 전격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것도 이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황영기 / 우리은행장 - "비정규직 직원들이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서 우리은행의 생산성과 영업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다른 시중은행 지점에서 창구업무를 보고 있는 정 모씨는 비정규직입니다.
정규직원과 하는 일은 비슷한데 월급이나 복리후생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입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취업난에 그만 둘 생각은 엄두도 못냅니다.
인터뷰 : 은행 비정규직 직원 -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나는 계약서를 매년 써야되고, (정규직원들) 안써도 되고,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을 받잖아요. 그게 좀 씁쓸하더라고요. (정규직보다) 내가 못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야 된다는 거.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우리은행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직원들 눈치도 있고 해서 은행권 공동으로 궁리를 해보자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 은행 관계자 - "지금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금융노조에서 공단협(공동임금단체협상)에 넣어 포함될 가능성도 있고, 다른 은행도 공동 대처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일단은 좀 보고 있습니다."
김수형 / 기자 - "우리은행이 선수를 쳤지만 다른 은행들은 시기상조라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붐이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정규직 전환에 미온적인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부담 때문.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0~70% 수준.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화하면 지금보다 적어도 20% 이상 인건비가 더 들어가야 합니다.
인터뷰 : 이서원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국민경제적으로는 큰 선순환의 고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고용이 보장된다는 것이 개별은행으로 보면 비용의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꺼리는 면도 있게 되고요,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은행들의 경우에는 시기를 놓고 많은 저울질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처럼 직군별로 임금을 차등화하면 비용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융노조가 우리은행 모델을 지지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 김동만 / 전국금융노조 위원장 - "지금 현재 우리은행에서 시행하는 비정규직 관련한 전환제 부분만큼 더 나은 제도는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전격 발표에 따른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규직이 올
김수형 / 기자 - "외환위기가 낳은 고용시장의 어두운 그림자 비정규직. 회사와 노조,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mbn뉴스 김수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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