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후반 김모씨는 최근 재테크로 주식 투자 대신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택했다. 몇 년간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높은 수익이 기대되지 않은데다 혹시 원금을 날리진 않을까란 두려움 때문이다. 김씨는 "취업이 늦어지면서 투자를 위한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주식 시장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 은퇴를 앞두고 있는 60대 이모씨는 주식 투자 자금을 빼내 좀 더 리스크가 낮은 곳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씨의 머릿 속에 그려진 투자 후보군은 주가연계증권(ELS)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은퇴로 인한 재무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식 투자로 인한 위험까지 감수할 순 없어서다.
주식 시장이 박스권에서 횡보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기대되는 수익이 줄어든데다 경기 침체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5년전 비해 4배 성장한 ELS 시장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ELS 발행금액은 45조6880억원으로 5년 전인 2009년의 11조8700억원에 네 배에 달했다. 사상 최대 발행을 기록했던 2012년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으나 발행금액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현대증권이 지난달 18일부터 사흘 간 진행한 'K-FI 글로벌 제 4호' 특판 ELS 공모에는 300억원 모집에 총 1586억원이 몰려 5.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역시 잇따라 ELS를 발행해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들의 요청이 잦아 월 2~3회씩은 꾸준히 ELS를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코스피와 같은 주가지수 등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는 원금보장형으로도 가입할 수 있어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직접투자에 관심을 갖던 투자자들이 간접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며 "자산 변동성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만큼 종목형보다는 지수형 ELS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전체 발행금액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기업의 실적부진 등으로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하자 지수형 ELS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자산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형 ELS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접투자로 눈 돌린 투자자들, 하락 위험 더 민감해
ELS와 비슷한 상품 구조를 가진 파생결합증권(DLS)도 주식 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초자산의 범위를 금리, 환율, 실물(원자재), 신용 등으로 확장한 DLS는 리스크는 줄이면서 투자가 어려운 실물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기를 끈다. 지난해에는 해외자산을 활용하는 상품이 등장해 기초자산의 글로벌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시장 개설 이후 연평균 50%에 가까운 자산총액 성장률을 보이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ETF의 경우 특정 지수 및 특정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유통되고 있다. 정기예금 플러스 알파의 수익이 가능하면서도 일반 펀드에 비해 리스크와 보수가 낮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한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9조4217억원으로 직전해인 2012년말(14조7177억원) 보다 32% 증가했으며 코스피 시총 대비 1.6%에 달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관리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지난해 이미 목표인 18조원을 초과한 데 이어 올해는 약 21조원, 내년에는 약 2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인기를 두고 투자자들이 상승에 대한 이익보다는 하락에 대한 위험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지원부 부장은 "최근 2년 넘게 지수가 박스권에 맴돌면서 투자자들은 시장을 불안정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하락하더라도 큰 손실을 보지 않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금 손실 우려 여전히 있어…발행사 신용도도 유념
ELS,DLS, ETF 등이 중위험 상품이라고 해도 '원금 손실' 우려는 여전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ELS의 기초자산 주가가 설정 범위 이상으로 하락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는'녹인(Knock in)'에 유의해야 한다. 올해 2~3분기에는 지난 2011년 발행된 ELS의 만기 시점이 맞물려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원금손실 구간에 근접한 종목으로 대우증권,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LG전자 등이 있다. 증권주 가운데서는 삼성증권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삼성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종목형 ELS는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보통 원금손실구간은 기준가격 대비 55~65%로 설정되기 때문에 현재 주가가 기준가격 대비 35~45%가량 하락한 종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동양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중위험 상품이라고 해도 원금비보장형의 경우 원금 손실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투자 전체 금액에서 일정 부분, 특히 만기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다수의 ELS 발행사는 해당 종목의 주가가 원금보장 구간을 이탈하면 더이상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이미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 발행사의 매물 출회까지 겹치면 낙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LS 녹인이 새로운 녹인을 부르는 형국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발행사의 신용도도 고려해야 한다. ELS와 DLS는 사실상 채권이므로 발행사가 부도가 나면 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발행사의 신용도 역시 주요 투자 포인트로 삼으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이외에 주가연계상품은 주식시장과 연계돼 있더라도 시세차익이 비과세되는 주식
[매경닷컴=방영덕 기자/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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