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주제안은 과거 상장사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을 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적극 주주권을 행사하는 분위기가 표출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위스 가치투자기관인 NZ알파인은 11일 "대창단조는 수년간 안정적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한 강소기업이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공시했다.
대창단조는 봉림금속, 대창중기, 나전금속, 부산금형 등 관계사들을 두고 있는데 이들 회사에 대한 지분이 20~40% 수준이다. 나머지 지분은 오너의 개인회사가 보유하면서 관계사들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이 제대로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게 NZ알파인 측 주장이다.
NZ알파인은 이어 액면가 5000원인 회사 주식을 1000원으로 액면분할해 거래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 조성민 A&G파트너스 부사장을 신규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로 예정된 대창단조 주주총회에선 NZ알파인 측의 이 같은 주주제안을 놓고 치열한 표대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NZ알파인의 지분은 0.96%에 불과하지만, 이번 제안에 이 회사 주주인 스털링그레이스인터내셔널(지분 약 1% 수준), 노르웨이국부펀드(4%대), 페트라투자자문(7.77%)이 뜻을 함께할 예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개인투자자들도 NZ알파인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회사 지분 9.25%를 보유해 2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의 움직임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사 선임의 경우 3% 넘는 개별 주주 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 따라 선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창단조 이외에도 기관투자가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현대건설ㆍ한라비스테온공조ㆍ효성 등의 주총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 삼아 안건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과 관련해서는 지분 9.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알짜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현대엠코 흡수합병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 이상 성장해온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현대건설 지분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사외이사의 장기간 연임이 5.86% 주주인 국민연금 의결권 지침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주총이 예정된 한라비스테온공조는 데이비드엠 로덴 씨의 재선임이 확정되면 무려 14년간 사외이사로 재직하게 된다.
한진해운 등 계열사 유동성 지원 이슈가 있는 대한항공과 재판 중인 조석래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이 주요 안건인 효성 등도 기관투자가의 눈길에서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12일 열리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 반대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오수현 기자 / 윤재언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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