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을 찾거나 시세를 궁금해하는 전화 문의조차 없습니다.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후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아우성인데 누가 집을 사겠어요."(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Y공인 관계자)
17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일대 중개업소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로 옆 현대아파트 일대 중개업소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고 중개업자가 자리를 비운 곳도 있었다. '강남 속의 강남'이라 불리는 현대ㆍ한양ㆍ미성1차 아파트 등 22개 단지 총 9185가구는 지난 14일 강남구청의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해 재건축의 첫 단추를 끼웠지만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H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라는 호재가 있는데도 시장이 싸늘해 중개업자들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전ㆍ월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발표된 뒤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인 강남 재건축단지는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절벽 현상이 현실화됐다.
강남 최대 재건축단지인 개포주공 아파트는 1~4단지와 시영 등 5개 단지에서 1~2월 매주 10여 건 정도 거래가 꾸준히 이뤄졌지만 지난주(10~15일)엔 2~3건에 그쳤다. 연초부터 매수세가 강하게 붙었던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대치동 은마, 반포 주공1단지 등도 이달 들어 '개점휴업' 상태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으로 시장이 열탕과 냉탕을 오가더니 사실상 마비됐다"며 "매수 문의는 끊겼는데 다주택자에 이어 시장이 조금이라도 좋을 때 서둘러 집을 팔겠다는 집주인들까지 가세해 급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작년 여름 못지않은 거래절벽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달 13억원에 실거래되고 호가가 13억3000만원 선까지 뛰었지만 불과 1~2주 만에 12억9500만원까지 미끄러졌다. 이 아파트 전용 76㎡도 한 주 만에 가격이 1000만~2000만원 빠져 10억9000만~11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며칠 전까지 시세표를 상향
작년 말 10억~10억4000만원에 거래된 구현대3차 전용 82㎡는 지난달 11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상승세가 멈췄다.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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