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속설이 있다.
증권사나 주식 전문가들이 지수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 그 때가 주식을 팔 적기라는 이야기다.
최근 시장 곳곳에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속설에 따르자면 지금이 보유 주식 매도 최적기인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은 두 가지다. 상승 여력을 기대해 추가 매수하는 방법과 현 시점이 고점이라 판단해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올해 1월과 5월 코스피 대단위 조정을 정확하게 예측해 화제가 됐던 '타워팰리스 7채' 신화의 주인공 박상운 FWS투자자문 대표를 찾아 의견을 물었다. 정말 지금이 주식을 팔 시기일까.
박 대표는 "현 시점은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던 투자 격언에 나오는 무릎 시기"라며 투자 적기라고 분석했다.
사실 박 대표는 5월 인터뷰에서 금융 위기가 잦아들 올해 3분기 금리 인상을 시점으로 코스피 1차 상승 목표 1850포인트, 2차 목표 1950포인트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코스피가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전망은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것 같다는 합의 하에 인터뷰 내용에서 뺀 적이 있었다.
뒤늦은 고백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예측이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그가 추가 상승을 자신하는 이유는 각국의 경제 정책에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회복을 위해 일방적인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출구전략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출구전략을 일부 후퇴시키는 등 시장의 자생력을 확실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들로 자국통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당부분 신흥국 증권 매입에 투여하고 있어 경기상황이 견조한 나라들의 유동성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또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각 국의 금리 인상을 투자자들이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 굵직한 금융위기로 단련된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을 두고 "금리를 인상 해도 될 정도로 경기가 안정되가고 있는가 보다"라는 안도감을 스스로 부여여하면서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금리가 지난 2009년 2월 수준인 2.50%까지 올라섰지만 주식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빠지는 것이 아니라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르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코스피가 유럽 금융 위기 등 공포 시기를 버티면서 지난 5월 25일부터 단기간 450포인트 올랐다"며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 시장의 주가 사이클을 보면 대체로 2~3년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코스피는 2009년 3월 상승 추세 시작점으로 2011년 7월에서 2012년 5월 사이에 정점인 2400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전망대로라면 향후 1년6개월 사이 450p 이상 상승이 가능하다.
추천 종목으로는 하이닉스, 한화, 한진해운, 메리츠화재를 꼽았다. 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주회사인 한화는 한화케미칼 등 계열사 성장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다 1년 이상 거의 상승하지 못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탁월한 박 대표의 판단력은 이제 증권사 상품을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다. 박 대표가 현대증권 랩어카운트 상품의 운용을 맡게됐기 때문.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이 최초로 가입한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그는 "개인 투자자 위주로 자산배분형펀드를 운용해 3분기 이후 코스피 지수 대비 25.36% 초과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 노하우를 랩어카운트에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남북간 국지전이 일어날 경우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박 대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쪽의 초강경 대응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국지전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장은 '일시적 패닉'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북한의 경제규모가 워낙 게임이 안될 정도로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이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웬만한 충격에는 한국 주식을 던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상운 대표는 누구?
등잔불을 켜고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산간벽촌에서 자란 박 대표는 연봉 4500만원의 증권사 샐러리맨에서 불과 40세에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되며 유명세를 탔다.
박 대표는 연세대 상대를 졸업한 후 88년 증권사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타고난 투자감각으로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다. 신입사원 때 이미 그 지점 약정고의 70%가량을 혼자 담당했다. 영업을 오래 즐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1년 남짓 지난 후 우리사주로 받은 증권사 주식을 팔아 유학자금을 마련해 홀연히 MBA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가 유학을 결심하고 우리사주를 판 것은 89년 2월. 88년 1월 주가지수는 506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두 배인 1000으로 육박하던 중이었다. 주가는 초고속으로 치솟았고 전문가들은 호들갑과 함께 추천을 거듭했다. 항상 그러하듯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 광풍에 뒤늦게 뛰어들었고, 89년 4월 1일 1007 고점 이후 한 차례 반짝 반등만을 남긴 채 주식시장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그는 "남들은 주식으로 몰려들고 있었지만 너무 많이 오른다고 생각했고, 너무 탐욕스러워졌다는 생각에 주식투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MBA를 마친 후 증권사로 복귀해 펀드를 운용했다. 94년부터 96년까지 운용하는 동안 시장 평균은 연 -25%였는데 수익률은 +23%로 48%의 초과수익을 거뒀다.
당시 투자전략은 '현금은 최대한 오랫동안(10개월 이상) 보유하고 주식은 최대한 짧게(2개월 미만) 보유하는 투자'였다. 여기서도 '절제'는 드러난다. "가끔씩 100% 이상 수익을 거두는 경쟁자도 있었다. 그러나 난 이자율의 두 배(그 당시 14~15%대였으니 수익률 28~30%대) 수익만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정의하는 '합리적인 수익'이다.
박 대표 투자의 하이라이트는 99년 타워팰리스 분양 때다. 초기에 미분양까지 났던 타워팰리스였다. 증권사 샐러리맨이 분양가 45억원의 펜트하우스를 선뜻 분양받자 주변에서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가 1만달러로 바뀌면 전혀 새로운 주거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죠. 뉴욕 도쿄 시카고 등 선진 대도시에서는 부자들이 모여사는 곳에 높은 집값이 형성됩니다. 우리도 같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사실 미분양이긴 해도 당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64㎡가 3.3㎡당 600만~700만원이었는데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는 3.3㎡당 2000만원이 넘었으니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투자였다. 그 당시 투자한 타워팰리스는 지금 시가로 4배가량 올랐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까지 최고의 타이밍을 골라 투자해 온 것이다.
타워팰리스 입주자들 사이에서 박상운 대표는 꽤 알려진 편이다. 입주자 골프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고, 그의 투자스토리가 입소문으로
지난 2006년 11월부터 한국타이어 그룹과 공동설립한 투자자문사인 FWS투자자문 대표를 맡아왔고 있으며 현재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시장이 '공포'에 요동친 2008년말부터 2009년말까지 1년여 기간 동안 10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기록, '공포'에 강한 투자고수임을 입증했다.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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