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재계를 주름잡던 재벌 일가의 대저택 등이 최근 경매 매물로 잇따라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25일 법무법인 열린에 따르면 고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 일가의 서울 성북동 단독주택이 다음달 2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양 회장 일가는 1980년대 재계 서열 7위, 계열사가 21개에 달하던 국제그룹을 이끌던 집안이다.
프로스펙스 브랜드로 유명한 국제그룹은 1985년 전두환 정권에 밉보여 회사가 1주일 만에 공중분해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경매에 나오는 단독주택은 양 회장이 거주하다가 1987년 국제상사 명의로 넘어간 뒤 1998년 아들 양희원 아이씨씨코퍼레이션 대표가 사들였다. 양 대표는 집을 담보로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았다가 원금과 이자를 내지 못해 결국 경매로 내놓게 됐다.
부촌인 성북동 핵심지역에 위치한 이 집은 지하 1층, 지상 3층(옥탑 1층 포함) 대지면적 1921㎡, 연면적 777㎡ 규모로 감정가는 약 73억8000만원에 달한다.
재벌 소유 부동산이 경매로 나오는 것은 사실상 마지막 파산 선고로 봐도 무방하다. 그룹 오너가 법인이 아닌 자기 개인 부동산까지 담보로 잡고 자금을 당겨 쓰다가 결국 대출을 갚지 못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이 살던 빌라가 경매 매물로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고급 빌라 밀집 지역에 위치한 물건으로 최초 감정가격이 15억원이었다. 프라임그룹은 강변 테크노마트 개발을 계기로 빠른 성장을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건설경기 한파 등을 이기지 못하고 주력계열사들이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형 패션전문 쇼핑몰 '동대문 밀리오레' 신화를 썼던 유종환 밀리오레 대표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도 경매 시장에 나왔다. 감정가 총 60억7000여200원에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 신세가 됐다.
그간 몰락한 재벌의 집은 집주인이 망해서 나갔다는 생각 때문에 인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물건이 늘어나며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도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재벌 소유 주택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와 조경 등이 잘 돼 있어 실제 가치가 감정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며 "최근 이같은 점을 주목하고 재벌 소유의 주택을 경매로 노리는 실수요자.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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