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중소형주 지수로 중소기업 2000개 종목을 담고 있는 러셀2000은 연초 대비 지난 25일 기준 2.4% 올랐다. 반면 대형주가 많은 다우지수는 같은 기간 0.4% 하락했다. 신용평가사인 S&P가 미국 내 중소형주를 모아 만든 S&P스몰캡600도 2.2% 상승해 대형주인 S&P500 수익률(1.8%)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연초 대비 25일까지 2% 떨어졌지만 중소형 기술주 시장인 차이넥스트는 4.6% 상승했다. 국내 증시도 코스닥은 연초보다 8.6% 올라 글로벌 중소형주 시장과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 반면 코스피는 1% 넘게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나 기대감이 줄면서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를 기피하는 대신 중소형주를 찾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증시에서 대형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경기 회복 기대가 크면 대형주가 오르지만 지금은 테이퍼링에다 중국 구조조정 등 시장 불안이 커서 중소형주가 선호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저성장이 중소형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성장 시대에는 회사의 미래 성장 잠재력에 기반해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이 각광을 받으면서 중소형주 장세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잘 나가는 중소형주 시장도 점차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위원은 "올 들어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올라 가격 부담이 커졌고 일부 종목은 막연한 정부 정책 기대감에 테마 형식으로 상승했다"며 "1분기 실적 검증이 시작되면 중소형주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스닥에서 외국인과 기관 매도가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기관은 지난 14~26일의 9거래일 동안 하루만 빼고 모두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수세도 금주 들어 약화되고 있다. 26일에는 미국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 개선 효과로 코스피는 23.06포인트(1.19%) 상승해 1964.31을 기록했지만 코스닥 상승폭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2분기부터 대형주 장세로 옮겨갈 것"이라며 "다만 최근 미국 바이오 쇼크로 코스닥 바이오 주가도 충격을 받겠지만 미국 바이오 업종에 비해 그동안 오름세가 작아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