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의 관점에서 한국 자산운용업계 상황은 어떨까. 한국 자산운용업계의 운용자산 규모는 350조원으로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운용자산 내용을 보면 덩치에 걸맞지 않은 편이다. 자산은 대부분 국내에 편중돼 있고, 그것도 전통적인 주식ㆍ채권 위주의 시장에 머물러 있다.
우선 해외로 자산 배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운용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고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또 한국 투자자에게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좀 더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운용 성과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분류되는 일본 자산운용업계 해외 투자 비중도 61%나 된다. 지독한 저금리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모국 편향(home bias)에서 벗어나 투자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자산운용산업의 국제화는 분산의 개념에서 접근할 때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다음으로 대체투자로의 분산도 필요하다.
대체투자는 분산투자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매력적인 투자수단이다.
현재 국내 집합투자기구를 통한 투자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은 15% 내외로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일임자산을 포함할 경우 그 비중은 더욱 낮아진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연기금, 그중에서도 자산 배분의 교과서라 불리는 예일대학기금은 대체투자 비중이 60%에 이른다.
끝으로 액티브(Active) 주식형 펀드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의존하는 액티브 펀드가 인덱스 펀드를 이기는 경우는 10% 이내로 알려져 있다.
한국도 이제 미국 시장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설립된 블랙록이 전통의 강자 피델리티를 따돌리고 세계 1위 운용사가 된 것은 피델리티가 전통적인 액티브 주식형을 고집해 성장이 정체되는 사이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운용사인 아이셰어스(iShares)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자산클래스(asset class)를 바탕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고령화의 짙은 그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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