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좌 개설을 꼭 증권사 영업점에서만 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 은행에 가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점 수가 적은 증권사가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은행개설계좌'를 이용하면 된다. 특히 은행개설계좌의 거래수수료는 증권사 지점 계좌 수수료 대비 크게 저렴해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가입동기가 될 수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개설계좌수로 상위 증권사에는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있다. 이 중 키움증권은 온라인 기반 증권사로 오프라인 지점이 아예 없다보니 은행과의 제휴는 필수다.
나머지 증권사의 경우 오프라인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지점수를 보완하기 위해 10여개의 은행들과 손을 잡았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증권사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같은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은행과 제휴맺어 증권 계좌 개설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제휴은행에 계좌개설 수수료 뿐 아니라 계좌유지 수수료, 이체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연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내고 있다.
이같은 비용에도 증권사들이 은행개설계좌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 위주의 신규고객을 유입하기 위해서다. 또 새로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신상품의 판매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은행개설계좌만을 위한 브랜드를 사용하며 이를 적극 알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뱅키스'나 하나대투증권의 '피가로', KDB대우증권의 '다이렉트', 우리투자증권의 '티엑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은행개설계좌는 증권사 지점개설 계좌 대비 저렴한 수수료가 강점으로, 증권사들은 이를 무기삼아 신규 고객 몰이에 나선다.
각 사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은 0.015%, 한국투자증권은 0.0142%, 하나대투증권은 0.0141%의 거래수수료를 받는다. 이는 모두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매겨지는 수수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지점에서 개설한 계좌는 거래금액구간 별로 수수료가 다르지만 은행개설계좌는 거래금액과 무관하게 0.0142%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를 전제로 한국투자증권 은행개설계좌를 이용하는 고객이 100만원을 거래할 경우 내야하는 수수료는 142원이다. 그러나 같은 한국투자증권 고객이라 해도 증권사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3273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나대투증권은 지점개설계좌 고객이 100만원의 거래금액 발생시 2970원을 내야하지만 은행개설계좌 고객은 140원만 내면 된다. 지점개설계좌 수수료의 약 2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의 거래수수료는 거래금액이 적을수록 높은 수수료를 내야하는 구조"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적은 금액으로 단타를 즐기는 투자자들의 경우 은행개설계좌가 더 유리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개설계좌 고객들이 낮은 수수료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반드시 온라인 기반의 은행개설계좌 전용 HTS나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거래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증권사들은 은행개설계좌 전용 HTS를 마련, 증권사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와는 다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투자 상담을 자세히 받을 수 있지만 은행개설계좌 고객은 투자 상담이 불가능하다. 담당 영업직원이 따로 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투자자 관리 역시 계좌 개설 창구 별로 이뤄진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기초적인 상담을 받을 순 있겠지만 담당 영업직원이 정해지는 증권사 지점과는 서비스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단 은행에서 계좌를 튼 고객들은 대부분 본인이 직접 알아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주식 거래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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