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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은 유독 특이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꺼렸다. 그 이유는 우선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형편없이 낮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주식 투자에 대한 올바른 철학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국민성이라고 할까.
일본은 과거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경기침체를 겪어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일 것이다.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인구층의 고령화로 투자를 꺼리게 된 것이다. 일본은 부의 80%가 노년층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노년층이 갖고 있는 자산 대부분은 은행에 예금돼 있고, 위험자산에 투자된 사례가 드물다. 종종 일본에서 대를 이어 장사하는 식당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꼭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장인정신도 좋지만 부모의 직업을 다음 세대가 물려받는 것이 썩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외국인이 질문을 한다. 한국 상황이 일본과 비슷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다. 그때마다 인구 구성 측면에서는 일본과 많이 비슷해지겠지만 그 외의 점들에서 한국은 다르다고 역설한다. 한국인들은 지지 않으려는 국민성을 갖고 있고, 다음 세대가 자기 세대보다 훨씬 잘 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것만 봐도 한국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가늠하기 힘든 잠재력을 지닌 중국이 옆에 있으며, 엄청난 기회가 될 통일이라는 변수도 있다.
외국 펀드매니저들이 특정 국가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측정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그 나라 대학생들에게 포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학생들이 대부분 편하고 안정적인 직업만 고집한다면 그 나라 투자를 꺼리게 된다. 리스크를 감수하기 싫다는 것은 부의 창출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투자철학이 있는 펀드매니저라면 학생들이 보다 역동적이고 부의 창출에 관심이 많은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많은 사람이 자식 교육에는 온 신경을 쏟으면서도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도 대부분 원금보장형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자산의 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다. 받는 월급 중 일정 부분을 은행에 저축하는 방식으로는 노후에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뿐만 아니라 자본도 같이 일을 시켜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위험이 큰 자산에 투자할수록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이 나게 된다는 격언을 명심해야 한다. 은행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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