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18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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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기업들 추가 자금조달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를 늘려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빚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최근 같이 기업들이 장기물로 차환(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것)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심각한 일감 기근이 발생할 수 있다."(한 증권사 기업금융실 관계자)
증권사 채권 투자은행(IB)부서가 고민에 빠졌다. 줄어드는 먹거리 시장을 놓고 경쟁자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최근 기업들 발행하는 회사채 만기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빚 상환 부담이 뒤로 미뤄진다는 점에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장기물이 좋다. 최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장기물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도 장기물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시장 환경이 반갑지 않다. 지금 당장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길어지면 그만큼 다시 회사채를 발행하는 주기가 길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채 발행 빈도가 줄어드는 것은 곧, 증권사 채권 IB에게는 일거리 감소를 뜻한다.
특히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우량기업들은 증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규모도 크다. 이들 우량기업 만기가 장기화 되는 현상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그동안 주로 3년물짜리 단기물이 대세를 이뤘다. 우량 기업과 금융회사 등은 3년물과 5년물을 섞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최근 시중금리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3년물 국고채 금리가 2% 수준까지 하락했고,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자 주요 회사채 투자자인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물을 찾기 시작했다. 기관 수요에 맞춰 기업들이 7년물 이상 회사채 발행 사례도 늘었다.
올해 LG전자를 포함해 KT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우량 기업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채를 발행해 했다. LG전자는 지난 5월 22일 15년물(600억원)을 발행했다. 회사채로서는 이례적인 장기물이었다. 뒤이어 KT는 이보다 더 만기가 긴 20년물 회사채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지급여력비율(RBC) 규제가 강화되면서 손실 위험이 적은 장기물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리를 저점으로 보고 앞으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인다고 가정했을 때 장기물은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기업과 기관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앞으로도 기업들 장기물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채권시장에서는 시중금리 약세 연상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약 3년 이후부터는 회사채 발행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며 "증권사 IB사업부문 중에서 회사채 쪽이 기여하는 금액이 컸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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